지난해 알리안츠생명을 중국 안방그룹에 넘기고 한국을 떠났던 독일 알리안츠그룹이 손해보험 계열사인 AGCS(알리안츠 글로벌 코퍼레이트 앤드 스페셜티)를 앞세워 1년 만에 다시 ‘컴백’한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현지 리스크 관리 수요가 늘고 있는데다 한국 내부에서도 사이버·리콜·배상책임 등 새로운 기업 보험 시장이 형성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AGCS는 29일 서울 중구 포시즌호텔에서 한국 시장 진출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업 및 특수 보험 시장 공략 계획을 밝혔다. 노창태 AGCS 한국지점 대표는 “한국 손해보험 시장에서 외국계 보험사가 금융당국의 설립 인가를 받은 게 10년 만인 걸로 안다”며 “한국은 전자·자동차·하이테크·철강·해운 등 제조업 기반의 국가여서 기업에 특화된 보험 전문기업인 AGCS에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알리안츠그룹의 출발지인 독일과 한국이 유사한 경제 기반을 가지고 있는 만큼 독일에서의 경험이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06년 설립된 AGCS는 현재 31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설립 이후 210여개 국가에서 1만9,000건의 보험증권을 발행한 바 있다.
노 대표는 “화재·해상·재상종합과 같은 기존의 전통적인 기업 보험보다 사이버 리스크, 환경 손해 배상책임, 제품, 리콜, 엔터테인먼트, 기업 평판 등 특수 보험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있다”며 “전통적인 기업 보험에서 삼성화재·현대해상 등 기존 대형 손보사와 정면승부하기보다는 아직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진입하지 않은 영역을 노리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보험 시장에서 ‘삼수’를 선언한 독일 알리안츠그룹의 도전에 대해 국내 업계의 전망은 다소 엇갈렸다. 보험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AGCS가 노리는 특수 보험 시장이 앞으로 성장성이 있는 건 분명하다”며 “하지만 아직 관련 시장 규모가 워낙 작아 당분간은 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알리안츠’가 글로벌 브랜드이기는 하지만 한국에서는 두 번이나 철수했던 전력이 있는 만큼 재정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노 대표는 “그간 한국에 지점은 없지만 싱가포르와 홍콩 법인을 통해 한국 기업들과 꾸준히 거래를 해왔다”며 “브랜드 이미지와 관련한 문제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알리안츠그룹은 1999년 알리안츠생명(옛 제일생명)을 인수했다가 지난해 되팔았고 2003년에는 알리안츠화재해상을 설립한 지 1년 만에 철수하는 등 한국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는 데 실패했다. 알리안츠의 세 번째 도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