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협상은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대로 양국이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FTA의 영향 등을 조사하고 분석해야 한다. 챕터별로 작업반(Working Group)을 구성하는 데만 최소 수개월이 걸리고 세부 협정의 문구를 고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이 있다. 한미 FTA는 지난 2006년 3월 공식 협상을 시작해 추가 협상을 타결(2010년 12월)하기까지 4년, 발효(2012년 2월)까지는 6년이 걸렸다. 재협상이 끝나면 국회의 비준도 받아야 하는 만큼 적어도 1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재협상이 이뤄지면 미국은 특히 자동차와 철강 분야의 무역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다양한 협상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두 분야를 콕 짚어 지적했다. 특히 철강의 경우 “중국산 철강이 한국을 거쳐 우회해서 미국에 들어온다”고 구체적으로 문제 제기한 상태다.
미국이 철강 분야에 민감한 것은 2000년대 초반 세계 조강생산의 12%를 차지할 정도로 번창했던 미국 철강 산업이 현재 5% 미만으로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과잉생산과 한국 등의 저렴한 제품 유입이 주된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자동차 분야 역시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154억9,000만달러로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입액인 16억8,000만달러의 9.2배에 달한다.
법률 시장 개방 역시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 4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 무역장벽 연례보고서는 협정에 따라 법률 시장이 완전개방돼야 하지만 지난해 2월 개정된 외국법자문사법에 따라 합작법인에 참여하는 외국 로펌의 지분율과 의결권이 49%로 제한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농식품 분야에서 공세적 이익을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이 밖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투명성 확대 등도 재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한국 정부는 한미 FTA를 통한 양국의 호혜적 이익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공세를 무마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당국은 특히 미국의 의도를 면밀하게 파악해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한국 입장에서 미국 셰일가스 수입을 염두에 두고 기존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던 에너지 트레이드 부문을 추가로 논의한다면 한국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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