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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의 향기] 백자 철화포도문 항아리

국보 제107호 백자 철화포도문 항아리. /사진제공=문화재청




탐스러운 포도 옆에 넝쿨마저 기품 있다. 넉넉한 포도나무 잎은 우아하기까지 하다. 조선 시대 철화백자 가운데 가장 뛰어난 예술품으로 평가받는 국보 제107호 백자 철화포도문 항아리다. 철을 산화시킨 결과 검은색을 띠게 된 철사 안료로 백자 표면에 포도무늬를 그렸는데 그 기량으로 봐 도화서 화원 화가의 솜씨임이 분명하다. 그 사실성이나 색의 농담, 붓질의 강약이 조화를 이뤄 18세기 백자의 높은 회화성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조선의 궁중음식 전담 관청인 사옹원은 매년 소속 관리가 도화서 화원을 인솔해 경기도 광주의 관요로 가서 왕실 진상용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게 했다. 푸른색 안료를 사용한 청화자기가 비교적 많은 데 반해 붉은색 안료인 진사나 검은색의 철사를 사용한 자기는 상대적으로 적어 진귀하다. 항아리의 높이는 53.3㎝, 아가리지름 19.4cm, 밑지름 18.6cm로 큼직하다. 아랫부분부터 허리까지는 잘록하다가 몸통부터 어깨까지는 대범할 정도로 둥글게 팽창돼 당당함을 느끼게 한다. 넉넉한 상부에 포도송이를 사실적으로 표현했고 나머지 부분에는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채 여백의 미를 표현했다. 원숙함이 느껴지는 철사 안료의 색과 갓 짠 우유색의 백자 바탕이 잘 어울려 단아함을 보여준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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