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살리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 도시재생이다. 현재 전 세계의 도시재생 전략은 ‘구도심(혹은 원도심)’에 맞춰져 있다. 도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외곽이 개발됐고 이 과정에서 구도심이 쇠퇴·노령화되고 있어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수도권만 놓고 봐도 분당·판교 등 외곽으로 도시가 확장했다. 반면 한때 가장 번성했던 옛 도시는 슬럼화 돼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원도심 도시재생 논의가 활발하다. 원도심 도시재생의 한 축이었던 재개발·재건축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많은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여기에 서울 강남과 강북 등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이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새 정부 역시 주요 정책 기조로 도시재생을 들고 나오면서 그 어느 때보다 도시재생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올바른 도시재생일까.
여기에는 여러 대안이 있을 수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구도심 지역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즉 외곽으로 떠난 사람들이 다시 도시로 몰려들면서 도시가 생기를 되찾는 것이 그것이다. 도심 공동화가 아닌 도심에서 많은 사람들이 삶을 보내는 그런 도시를 만드는 것이 키 포인트다.
예를 들어 낡고 오래된 건물이 모여 있는 경기도 구도심 한 곳을 현대식으로 재생시켰다고 가정해보자. 평일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릴 수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잠만 자고 출근하고 각종 여가생활을 외곽에서 즐긴다면 현재의 도심 공동화와 다를 바가 없다. 도시재생은 외관만 화려하게 고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주민들이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한 달을 보낼 수 있는 ‘내용물’이 중요한 것이다.
현재 구상 중인 국내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내용물이 하나같이 비슷하다. 주상복합이나 지식산업센터를 짓고 박물관 등 문화시설을 넣는 것이다. 주변을 관광 명소화하는 것도 어느 지역에서나 비슷하다.
물론 이들 내용물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더 추가해야 될 것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복합쇼핑몰 등 유통시설을 넣는 것이다.
우선 거주하는 지역 주민 입장에서 복합쇼핑몰에서 레저·휴식, 장 보기 등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굳이 주말에 몰링을 하러 외곽으로 안 나가고 집 근처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거꾸로 외부에서 많은 사람들을 유입시킬 수 있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실제 구도심 도시재생의 좋은 사례로 꼽히는 일본의 경우 낡고 버려진 도심을 쇼핑몰로 재생시킨 사례가 적지 않다. 낡고 오래된 공장과 공터에 거대 쇼핑몰과 주거시설 등을 지어 도시를 새롭게 살린 사례가 많다. 일본 지자체들의 경우 도시재생을 할 때 쇼핑몰 등 유통시설에 대해서는 용적률 상향 조정 등 각종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거대 유통시설의 파급효과는 상상외다. 국내 모 전문가는 외곽에 지어진 복합쇼핑몰이 도심 공동화를 더욱 촉진하고 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복합쇼핑몰과 도시재생은 전혀 별개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새 정부가 쇼핑몰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 보니 도시재생 내용물에 쇼핑몰을 넣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의 규제만으로도 쇼핑몰의 도심 신규 오픈은 거의 불가능하다. 여기에 정부는 추가적으로 수많은 유통규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송도신도시를 보자. 유령의 도시였던 송도신도시가 자족도시로 모습을 갖춰가는 이면에는 이곳에 들어선 10여 개의 대형쇼핑몰이 한몫을 하고 있다. 쇼핑몰이 도시 공동화를 막고 외부 관광객까지 끌어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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