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5월 말 기준으로 ‘휴업’ 상태인 회계사는 7,027명으로, 이는 전체 회계사 1만9,335명 중 36.3%에 달했다. 여기서 휴업 상태는 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회계법인이나 감사반에 들어가서 기업 회계감사 업무를 하는 대신 일반 기업에 들어가 일반업무를 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일반직에 입사하는 회계사가 늘어난 것은 회계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1만55명에서 10년 만에 1만 명 가까이 늘어났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회계 투명성과 구조조정 업무로 회계사 수요가 급증했고, 2007년 이후부터는 한 해에 1,000명 가까이 자격증을 따냈다. 2010년 휴업 비율이 처음으로 30%를 넘긴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회계 법인에서 이탈하는 회계사 탓도 있다. 한 중소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회계사 쇼핑’이 가능한 현 자유수임제 하에서 감사 보수와 처우가 낮아지니 업계에서 떠나고 싶다는 동료들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회계법인이 회계법인이 이른바 ‘빅4’ 구도로 굳어지고, 국내 상장사의 감사 일감 절반이 이들 4대 법인이 몰린 탓도 있다.
또 다른 회계사는 “다른 전문직인 변호사도 자격증을 딴 뒤에 기업으로 가는 ‘사내변호사’의 위상이 더 커졌다고 들었다”며 “일감이 있을지 불안한 것보다 기업에 가서 일하는 게 오히려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법률시장은 오는 2020년이면 변호사 3만명 시대를 맞는다.
이에 따라 감사인의 독립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예탁결제원 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 1,898개사는 108개 회계법인과 감사계약을 체결 중인데, 회계법인 1곳이 17.6개사를 맡고 있다. 지난 1월 말 기준 회계법인이 164곳인 것을 고려하면 34.1%(56곳)는 감사 대상 기업이 하나도 없다는 얘기다. 기업을 감시해야 할 인력이 오히려 기업으로 몰리면서 회계사는 많은데 ‘기업 감사 공백’이라는 역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