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고속철도(SRT)가 7월부터 40% 추가할인을 시행한다고 한다. 이용객 1,000만명 돌파에 따른 감사 이벤트라고는 하지만 절반에 가까운 가격이다 보니 정작 배차 노선이 적어 어려움을 겪는 벽지노선과 비교하면 알짜배기인 서울 남부 및 대전 중심의 SR 이용객에 대한 특혜 논란이 우려된다.
SR는 경부선과 호남선을 중심으로 흑자가 나는 구간과 함양과 창원·진주·전주·남원·여수 등 적자가 나는 모든 노선을 운행하고 있는 KTX와 달리 흑자가 나는 경부선 및 호남선 특정 지역에서만 운행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경제정의의 방향과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국가 소유의 철도회사로서 공공성을 추구하고 할인을 확대하는 것은 권장할 일이다. 그러나 수십·수백억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비수기도 아닌 성수기에 대폭적인 가격할인을 강행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과연 옳은 것인지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손님이 없는 시기에 높은 운임을 받아 손님을 더 없게 하고 손님이 많은 성수기에 가격을 하락시켜 철도시장 전체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SR의 경영정책은 국가 전체 철도산업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또 가격할인 정책은 원칙적으로 가격탄력성이 클 때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경제원리상 벽지도서 저소득층 대비 경부선 및 호남선 특정 지역의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가격에 훨씬 덜 민감하다. 따라서 SR는 서울 남부, 경부선 및 호남선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철도사업의 특성 때문에 가격 할인을 하더라도 크게 이용객이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에서 철도산업과 관련해 규모의 경제 차원에서 SR 분리에 대한 성과평가 및 코레일과의 통합 등을 검토하겠다고 천명하자 국민의 눈을 현혹시키기 위해 SR가 단기적으로 자기 살 깎아먹기 식의 가격할인으로 출혈을 감수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공기업은 국가 전체적인 입장에서 공공성을 확보하면서도 적절한 수익성으로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모쪼록 국가의 값비싼 자산인 고속철도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식적이고 정의롭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올바른 정책이 수립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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