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더라도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출산율은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데 드는 수많은 비용을 낮춰주지 않으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출산율과 빠른 고령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따른다.
박경훈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연구위원은 6일 ‘고령화의 원인과 특징’ 보고서에서 1992~2012년 사이 OECD 32개 회원국의 합계출산율,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남성 근로시간비중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한 OECD 회원국들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1% 늘어나면 출산율도 0.3% 가량 상승했다. 하지만 남성들의 근로시간이 길어서 가사를 분담할 여건이 안 되거나, 주택가격상승률이 높아 내 집 마련에 드는 비용이 커지면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나도 출산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은 국가는 합계출산율도 높다는 분석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보고서는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일과 가정이 안정적으로 양립할 수 있는 근로·생활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출산율은 마이너스 효과를 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서 두드러진다. 박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높은 결혼 및 양육비용,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환경, 남녀 간 불균등한 육아·가사분담 여건 등으로 인해 출산율이 저하되고 있다”면서 “높은 양육비용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가족복지지출은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보육수당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가족복지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4%로, 최근 10년간 출산율이 회복되고 있는 국가들(GDP 대비 3.5%)보다 크게 낮은 것은 물론이고 최근 10년간 합계출산율이 1.5 이하로 저조한 국가들에 비해서도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우리나라 육아휴직 제도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박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남녀의 육아휴직급여 또는 육아휴직 수혜자가 매우 적고, 특히 남성들은 제도 이용이 매우 적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21명으로 OECD 회원국 중에 가장 낮다(2014년 기준). 이는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하는 것과 맞물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를 빠르게 증가시키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인구고령화는 진행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적절히 대비하지 못할 경우 그 충격으로 인한 부작용이 매우 클 것”이라며 “주택시장 안정, 사교육비 경감 등을 통한 결혼·양육비용의 부담 완화, 일과 가정 양립과 남녀의 균등한 가사분담이 가능하도록 하는 근로여건 마련 등 가족복지정책이 긴요하다”고 조언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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