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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현실 상황에 맞는 연금투자전략

신상근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





연금투자에 행동재무학을 적용해보자. 투자경험이 거의 없는 투자자는 연금자산을 처음 가입할 때 자산배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전에 없이 매우 빨라진 금융 사이클을 경험하고 있지만 현상유지편향(status quo bias)으로 인해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다. 운용방식을 변화시켰을 때 실패할 두려움은 투자에 늘 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경우는 특정 성장시장에 투자하기보다 자산배분형에 투자하는 것이 적합하다. 바쁘고 경험은 없지만 자연스럽게 시장변화를 받아들이는 간편한 방안이고 장기자산인 연금을 감안했을 때 더욱 중요하다.

투자경험이 있으나 일반자금과 다를 바 없이 연금투자를 하는 유형도 있다. 이 경우 연금자산의 운용은 당장 사용하지 않을 자산이므로 뒷전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단기성과를 위해 자금이 필요할 경우 장기자산에 대한 추가 투자와 관심이 소홀해진다. 이는 ‘미래에는 어떻게 되겠지’하는 자기통제편향 (self-control Bias)으로 표현된다. 은퇴 이후를 준비하는 기본바탕이 은퇴 전후의 생활 수준을 일정하게 하는 것이라면 연금자산 투자와 운용은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투자목적에 따라 자금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세액공제 등 연금의 세제혜택을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경험도 많이 있고 투자에 대한 지식이 많은 투자자라면 특별한 조언이 없어도 연금자산을 잘 운용할 것이라고 과신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투자자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 심적회계(mental accounting) 오류로 개별자산은 잘 운용하는데 전체자산을 고려하지 못할 수 있다. 이 경우 심적회계를 극복하기보다는 연금 계좌를 세금을 줄이는 용도로 활용해보자. 자산배분 효과보다 세금감소 효과로 인한 효용이 더 매력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반계좌에서 종합과세 등 세금 문제로 꺼려지는 투자자산도 저율의 연금세제를 활용할 때 매력적일 수 있다. 상장지수펀드(ETF)도 비과세로 알고 있는 투자자가 있다. 주식과 유사하게 거래되므로 매매차익이 비과세로 오해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ETF에서 발생하는 배당소득세로 인해 예상치 못한 종합과세에 당황할 수 있다. 연금계좌에서 ETF를 활용할 수 있다면 이러한 고민이 줄어든다.

연금자산이 비교적 투자기간이 길고 다양한 전략을 접목할 수 있어 해외에서는 비교적 투자형으로 많이 운용된다. 하지만 국내투자자의 보수적인 성향과 여러 운용제약들은 연금투자에 있어 다양한 경험을 하는 데 제약이 되기도 한다. 합리적인 방안보다도 현실적인 제약을 받아들이고 투자경험을 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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