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역에 집값 과열 조짐이 나타나면서 6·19대책을 시작으로 새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과거 참여정부 시절 반복된 부동산대책 실패는 당시 정책이 수요억제에 집중되고 일관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새 정부는 신뢰성 있는 부동산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투자 활성화에 활용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9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이 현재에 주는 시사점’ 보고서는 노무현 정부(2003~2007년) 당시 다양한 투기억제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급등하고 지역별 양극화가 심해졌던 이유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참여정부는 수급예측 실패로 공급을 늘려야 할 때 수요 억제에 더 집중했다. 당시는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호조를 보이면서 외환위기 이후 급랭했던 부동산경기가 살아나 주택 수요가 증가하던 시기였지만, 이에 대응해 적시에 공급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시중에 유동성은 많아졌는데 마땅한 투자수단이 부족했던 것도 주요 패인이었다. 달리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돈이 부동산시장으로 몰리면서 투자상품으로 여겨진 수도권 부동산의 가격이 크게 뛰었다.
이밖에도 참여정부는 지역 균형발전과 부동산 가격 안정화 대책을 병행하는 등 상충되는 정책 목표를 추진했고, 부동산 경기와 수급을 예측하는 데 실패하면서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밀고나가지 못해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를 쓴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 연구위원은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는 지역별 가격 차별화, 저금리 기조 지속과 그로 인한 시중 유동성 확대 등 일부 시장 상황은 참여정부 시절과 유사하다”면서 “과거 참여정부 시기 각종 대책에도 부동산가격 안정에 실패한 사례를 거울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무엇보다 수요-공급 안정에 바탕을 둔 부동산정책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주택 수급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공급이 모자라는 부분을 중심으로 주택 정책을 탄력적으로 추진하고, 무엇보다 서울 강남권에 버금가는 인프라를 갖춘 지역을 개발해 양질의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실제 부동산 상황을 보여주는 정확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구축하고, 주택시장을 선도하는 입장에서 정책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그래야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의 유동성이 부동산 투자보다 생산적인 실물 부문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정부의 과제다. 김 연구위원은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투자에 대한 세제를 지원하는 등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투자 확대→기업 수익성 향상→고용확대→국민경제 활성화의 경제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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