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이뤄진 우리은행의 직원 인사가 내부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인사부 직원뿐 아니라 지점 직원을 인사 발령 과정에 참여시키는 파격 실험 때문이다. 비(非)인사 부서 직원을 인사 과정에 참여시킨 것은 우리은행이 처음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인사부뿐 아니라 지점 직원 6명을 선발해 ‘서포터스 팀’을 꾸려 직원 전보 등 인사 발령에 직접 참여시켰다. 인사 서포터스 팀은 우리은행이 매달 우수사원에게 시상하는 이달의 명장과 수시 시상 직원 중 지점에 있는 인원을 대상으로 선발했다.
우리은행이 인사부와 비인사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인사를 실시한 것은 이광구 행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그동안 인사부는 절대 ‘갑’의 위치였고 10명 안팍의 인사관리부가 1만6,000명의 직원 인사를 맡아왔기 때문에 인사철마다 밀실 인선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인사 투명성은 직원 사기로 직접 연결되는데다 직원들의 요구도 높아 이 행장이 전격적인 도입을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그동안 인사부 중심으로 이뤄지던 인사에 일반 직원이 참여하자 은행 안팎에서는 신선하다는 반응이 대세를 이뤘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인사부는 절대 갑의 위치인데다 인사 과정은 철저한 베일에 싸여 인사 정보에 대해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며 “이번 실험을 통해 많은 은행 직원들이 답답해하는 부분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이번 인사 서포터스뿐 아니라 지점장 승진 인사에서도 ‘승진 후보자 추천 협의회’를 도입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또 희망자가 직접 서류를 제출해 지원하는 ‘본부부서·국외영업점 공모제’도 실시하고 있다. 인기 부서에 줄 대기나 연줄을 통한 청탁을 배제하고 오로지 지원자의 능력만을 토대로 기회를 주겠다는 게 이 행장의 철학이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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