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를 위협하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던 사모펀드의 인기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예약 단계에서부터 투자자들이 몰리던 초기와 달리 최근에는 가입 기간 내에 계좌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직접투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헤지펀드 등 사모펀드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7조5,156억원을 기록한 사모펀드 신규 설정액은 지난달 말 기준 6조7,943억원으로 10.62%(7,213억원) 줄었다. 월별 사모펀드 신규 설정액은 올 2월 4조4,978억원을 기록한 뒤 줄곧 증가했으나 6월 들어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신규 설정된 펀드의 수는 이와는 반대로 늘고 있다. 5월 신규 설정된 사모펀드는 549개였으나 지난달 589개로 증가하며 돈은 들어오지 않고 펀드만 늘어나며 사모펀드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 실제로 일부 사모펀드의 경우 49계좌를 못 채우고 있다. 지난달 말 모집을 시작한 피데스자산운용의 ‘피데스 베트남 고배당 롱텀밸류’의 잔여 계좌(6일 기준)는 20여개에 달하며 이달 초부터 가입을 받고 있는 안다자산운용의 ‘안다 갤럭시 P’의 잔여 계좌도 현재 40여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판매사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올 초만 하더라도 예약 기간부터 투자자들이 몰려 가입금액이 큰 순서대로 가입을 받는 일이 흔하게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계좌를 다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상승하며 공모펀드의 수익률이 사모펀드를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굳이 성과보수까지 지급하는 사모펀드에 가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연초 이후(4일 기준)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의 수익률은 17.58%에 달했으나 한국형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04%에 그쳤다. 특히 헤지펀드의 경우 증시 상승기보다는 하락기에 손실을 방어하는 역할이 더욱 커 지금과 같은 시장에서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올 들어 사모펀드 시장이 급증하면서 일종의 포화상태에 달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투협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규 설정된 사모펀드의 수는 3,485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43개에 비해 37.04% 증가했다. 한 PB는 “사모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 투자자는 한정된 상황에서 사모펀드만 끊임없이 출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하지만 자산가들의 경우 포트폴리오 내 사모펀드의 비중을 높이면서 이제는 스타 매니저나 트랙레코드가 아주 좋은 운용사의 상품 외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있어 인기를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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