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 금리를 1.25%로 동결했다. 지난해 6월 이후 13개월째 금리가 동결됐지만, 한은이 보내는 금리인상 신호는 점차 강해지고 있다. 단단히 얼어있던 기준금리의 상단이 녹고 있다는 얘기다.
한은이 금리를 역사적으로 최저점인 1.25%에 묶어둔 이유는 여전히 얼어있는 내수 경기 때문이다. 올 들어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어 매월 수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내수 소비는 회복세가 더디다. 1·4분기 설비와 건설투자가 늘며 경제성장률 1.1%를 기록한데 반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0.4%로 여전히 한 겨울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45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등 유가 하락이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내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도 크지 않다. 여기에 일자리를 늘려 내수의 불씨를 살려는 정부가 11조원 대의 추경을 편성했기 때문에 한은이 당장 내수 위축을 야기할 수 있는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은이 13개월째 묶어둔 금리의 매듭도 서서히 풀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난달 올해 두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한 미국이 하반기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리고 9월에는 시중의 돈을 걷어들이는 자산축소까지 단행할 전망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언급하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의 금리가 오르면 외국계 자금이 더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국내 시장을 대거 이탈할 수도 있다. 6·19부동산 대책에도 식지 않는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금리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미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경제성장세가 견조하면 통화 완화 정도를 조정할 수 있다”고 했고, 이달도 “지난 10년간 초저금리·양적완화 기조 변할 것”이라며 긴축 신호를 시장에 던졌다.
이 때문에 한은 금통위에서 4·4분기에는 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나온 후 내년 초에 금리를 한 차례 올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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