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가 20년 남짓한 기간에 급성장을 이뤘지만 다양한 층위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더 활발한 이해와 소통이 이뤄지는 비엔날레가 되도록 풍성한 교육행사, 광주폴리(구도심 공간을 이용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활성화 등 광주에 남을 수 있는 작품 확보 등의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13일 광주비엔날레재단에서 열린 이사회 결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김선정(52·사진) 아트선재센터 관장의 첫 일성은 ‘소통’이었다.
김 신임 대표이사는 이사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영 전문가 출신이 아닌 만큼 상당히 어려운 일을 맡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비엔날레가 지역성에 기반한 행사인 만큼 관람객과 광주 시민 모두가 즐길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대표이사는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 14명 전원의 찬성을 얻었다. 재단 이사회 측은 “국내외 미술계의 폭넓은 네트워크와 함께 미술 분야 전문성과 경영 능력을 지니고 있어 광주비엔날레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면서 발전을 이끌 적임자”라고 김 대표이사 선임 배경을 밝혔다.
지난 1월 박양우 전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가 학교 복직 등의 이유로 사퇴한 후 비엔날레 수장 자리는 5개월간 공석이었다. 광주비엔날레는 국내 미술계 최고 권위의 행사이자 아시아 최대 비엔날레, 세계 5대 비엔날레로 꼽히지만 대표 공석 이후 당장 내년에 열릴 비엔날레 예술감독 선임에 차질을 빚었다. 통상 비엔날레 개최 직전 해 5월에는 선정이 완료됐다. 또한 지난 2014년 홍성담 작가가 ‘세월호’를 소재로 박근혜 전 대통령 풍자화를 내놓은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파행 이후, 정부가 10억 이상 국비지원을 받는 국제행사가 7회 연속으로 지원받는 것을 배제하는 ‘일몰제’를 시행하면서 30억원이던 국비 예산이 18억원으로 급감한 상황이다.
당장 14개월 앞으로 다가온 2018 광주비엔날레 운영에 대하 김 신임 대표는 “지난 10년간 제가 예술감독이던 2012년을 제외하면 계속 1인 감독 체제였는데 이 점이 한계로 보일 수 있다”면서 “아직은 개인적 생각이지만 ‘공동예술감독제’를 통해 비엔날레의 에너지를 끌어올릴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광주비엔날레의 발전 방향에 대해 김 대표는 “규모가 작은 행사지만 작가들이 시민들과 적극 협력해 지역기반 프로젝트를 만드는 영국의 리버풀비엔날레”나 “현대미술의 난해함을 교육기능 강화로 극복해 가족단위도 즐기게 만든 호주의 아시아태평양트리엔날레(APT)”등을 거론하며 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10년제 공공미술행사로 장기 준비의 강점이 돋보이는 독일 뮌스터프로젝트, 해외 연구자들의 연구 여건이 확보된 카셀도쿠멘타 등을 본받을 사례로 꼽았다.
김 신임 대표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장녀로 모친 정희자 여사가 설립한 아트선재센터의 관장직을 맡고 있다. 남편은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이다. 문화 자산을 물려받았지만 독립큐레이터로 자신의 길을 개척했다. 이화여대 서양화과와 미국 크랜브룩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뉴욕 휘트니미술관 큐레이터 인턴십을 통해 현장에 첫발을 디뎠다. 1993년부터 아트선재센터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요절한 개념미술가 박이소,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이불 등 굵직한 작가를 소개했고 프랑스 문화예술 공로 훈장인 ‘슈발리에장’도 받았다. 2004년 독립해 기획사 ‘사무소’를 운영했고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 2010년 SeMA 미디어시티비엔날레 전시 총감독, 2012년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등을 역임했다. 독일의 5년제 국제예술제인 카셀도큐멘타 기획팀원으로 활동했고 2014년에는 영국 미술전문지 아트리뷰가 선정한 ‘세계 미술계 파워 100인’에 선정되는 등 국제적 네트워크 및 영향력에서는 국내 최고로 꼽힌다.
/광주=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