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는 소통이 목적이다. 소통은 이해를 높이고, 오해를 줄이는 과정이다. 오해는 선입견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자신의 관점과 눈높이에 맞춰 판단을 먼저 하고 사실을 이해한다. 오해로 다투기도 하고 심하면 살인도 하고 전쟁도 한다.
지난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도자료를 냈다.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이자 29번째 국산 신약인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에 대한 판매를 허가한다는 내용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 순간을 위해 19년을 달려왔다.
그러나 인보사에 대한 반응은 ‘뛰어난 효과를 가진 신약’이 아닌 ‘기대보다 대단하지 않은 약’이었다. 식약처가 국민들의 오해가 없도록 친절하게 “손상된 연골 재생 등의 구조 개선 효과는 대조군과 차이가 없었다”는 문구를 명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보사는 정말로 연골 재생 효과가 없을까. 정확한 답은 “알 수 없다”다. 식약처의 한 관계자는 “인보사를 통증 및 기능 개선 약물로 개발할 것이냐, 닳아있는 연골을 재생시키는 약물로 허가를 받을 것이냐는 두 가지 목표가 있었고 임상 역시 두 가지 방향에서 짤 수 있었다”며 “다만 두 방식은 대상자 수는 물론 달성 시기도 매우 달라지는데, 코오롱 측은 ‘통증 및 기능 개선 약물’로 우선 허가받는 것을 선택해 그런 방식으로 임상을 설계·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코오롱도 연골 재생 효과로 적응증을 받기 위한 데이터가 부족한 것은 인정한다. 대신 1,000여 명에 이르는 대규모 미국 임상을 통해 관련 효과를 입증해 나갈 계획이었다.
문제는 첨단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지원한다는 식약처가 오해를 이유로 임상시험을 제대로 하지도 않은 내용을 굳이 언급해 ‘신약’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도 “관련 임상을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도 ‘실패’도 아닌 셈인데, 마치 효능입증에 실패한 양 ‘효과가 없다’는 말을 쓴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사람 몸에 쓰는 의약품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는 일은 식약처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럴수록 국민들의 눈높이와 관심사를 잘 살펴 이해는 높이고 오해는 최소화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해가 아닌 오해를 키운 보도자료의 문구는 아쉬움이 크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공무원들이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kmk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