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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구조조정펀드 '관치' 차단…운용·출자기업 민간이 선정

성장금융, 민간PEF가 주도하는 日 관민펀드 벤치마킹

초대형 IB "투자·운용 관심"…국민연금 참여제한 완화

정부-조선·해운, 민간-소비재기업 선호해 마찰 여지도





자본시장을 활용한 시장 친화적 구조조정 방안으로 정부가 내놓은 8조원 규모 신구조조정 펀드의 지배구조가 민간중심으로 재편 된다.

신구조조정 펀드의 모(母)펀드 운용을 맡는 한국성장금융은 정부의 관여를 최소화하는 지배구조 운영방안을 8월 말까지 마련하겠다고 13일 밝혔다.

신구조조정 펀드는 모자(母子) 펀드 구조로 정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 연기금 등이 모펀드에 4조원을 출자하면 이를 자펀드로 나눠 민간투자를 받아 총 8조원 규모로 구조조정 기업에 투자한다. 성장금융은 이 중 자펀드 운용에 금융당국의 개입을 차단하고 민간 운용사가 주도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회계법인인 EY한영에 연구용역을 맡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성장금융 관계자는 “시장에서 신구조조정 펀드가 정부의 입김이 들어가는 정책 자금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불식시킬 수 있는 지배구조 마련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은 모펀드의 큰 방향만 설정하고 자펀드의 운용과 투자 대상 기업 선정은 온전히 민간에 맡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구조조정 펀드의 모델은 일본의 산업재생기구와 관민펀드다. 일본의 산업재생기구는 정부 예산을 포함해 민간 금융기관이 출자한 주식회사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총 41개 기업에 14조원 이상을 지원했다. 2007년 6월 청산 시 약 4,300억원이 국고로 돌아올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산업재생기구는 민간인이 주도해 한시적으로 운영한 주식회사로 대표와 임직원은 모두 투자은행(IB), 법률사무소, 회계사무소, 민간 연구소에서 채용했다. 또한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산업재생위원회를 둬서 전문성을 더했다. 정부는 임원 선임을 승인하고 예산과 자금조달은 인가하는 역할을 할 뿐 기구에 관여하지 않았다. 구조조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년간 부실채권을 시장가격에 매입하고 3년 이내 전량 매각 원칙을 지켰다. 일본은 시장 친화적인 구조조정 모델인 관민펀드를 여럿 내놨다. 도시바 매각에 참여한 일본의 산업혁신기구도 관민펀드의 하나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의 압력을 막기 위해 지역 활성화 펀드를 별도로 만든 점도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초대형 IB 출범에 맞춰 신구조조정 펀드가 한국형 관민펀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초대형 IB를 신청한 증권사 가운데 자체 운용사(프라이빗에쿼티·PE)가 없는 증권사를 제외하면 나머지 증권사는 출자와 운용에 모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업 금융에 투자하라는 정책 목적에도 맞기 때문에 초대형 IB 인가와 이후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신한금융투자 등 일부 중대형 증권사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6개 기업의 구조조정을 맡았던 김두일 유암코(연합자산관리) 본부장은 “기업마다 동일한 구조는 없었고 다른 스타일로 투자했다”면서 “다양한 구조조정 사례가 늘어날수록 구조조정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계도 존재한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구조조정 대상 업종이 주로 조선·해운 등 취약 업종이기 때문에 소비재를 선호하는 민간 PE와는 투자 대상이 엇갈린다. 최근 민간 PE의 투자처는 프랜차이즈·생활용품·식음료 등 소비재가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성장금융 관계자는 “조선 등 취약업종만 투자대상으로 보지 않으며 구조조정이 필요한 모든 업종이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규제도 걸림돌이다. 국민연금 등 기존 기관투자가로부터 출자받은 펀드에 전념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PE는 신구조조정 펀드에 참여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위험과 수익성을 검토한 후 고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성장금융은 투자 대상이 정해지지 않아 구별이 불명확한 블라인드 펀드보다는 대상이 명확한 프로젝트 펀드를 중점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임세원·박호현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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