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통상교섭본부에서 한미·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총괄했던 최석영(사진) 전 FTA 교섭대표(현 법무법인 광장 고문)는 14일 “미국과의 FTA 개정 협상도 재협상”이라며 “전면전을 각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협상이나 개정 협상이나 발효된 협정을 다시 들여다보는 건 재협상”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2010년 미국과 FTA 재협상할 때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미국이 1부터 5까지를 요구하면 우리는 이를 막기 위해 A·B·C를 미국 측에 요구한다”며 “이 경우 미국은 이를 주지 않으려고 또 다른 것을 요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협상장에 앉게 되면 규모가 크게 늘어난다는 것으로 예상보다 협상 대상이 광범위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최 전 대표는 “특히 공세적 협상을 추진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얻으려고 하는 수준이 10이면 20~30을 요구한다”며 “깎일 것을 예상하고 더 많이 요구하는 것인데 우리도 이를 감안해 더 많이 요구하기 때문에 정부가 얘기하듯 실제 협상 범위를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통상 컨트롤타워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최 전 대표는 “컨트롤타워를 통해 관계부처를 장악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내부 협의한 게 밖으로 다 나간다”며 “청와대의 역할은 마지막으로 조율해야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 전 대표는 이어 “발효된 협정의 개정협상을 하는 데 있어 사전합의가 필요한 것이 아니며 일방 당사국이 협상요청을 하면 시작하는 것”이라며 “지금도 장관급 공동위원회가 1년마다 열리는데 특별공동위를 하자는 이유는 분명하다”고 했다. 이어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물리적 힘에서 차이가 나는 미국을 다뤄야 한다”며 “상대가 과도한 요구를 재속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협정파기를 포함한 전권을 줘야 한다”고 전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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