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지난해 10월 WEC가 발표한 ‘에너지 3중고 지수 2016’을 보면 한국은 전 세계 125개국 가운데 44위에 그쳤다. 에너지 안보에서 A~D 4단계 가운데 C(72위), 에너지 형평성에서 A(35위), 환경적인 지속가능성에서 C(88위)로 평가됐다. 이는 한국이 누구나 전기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국가지만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7%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전력수급을 위한 에너지 정책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전력수급을 위해서는 정확한 전력 수요예측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이 2년마다 15년치 전력 수요를 예측해 내놓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매 정권의 상황과 입맛에 따라 예측치가 오락가락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0년부터 2024년까지의 전력 수요 전망을 담은 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오는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최대 전력수요가 95GW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2년 뒤 2026년까지의 전력수요 전망을 담은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이 수치가 102.8GW로 8.2%나 껑충 뛴다. 2011년 9월15일 늦더위로 전력 수요가 치솟는 것에 대해 수급을 맞추지 못한 당국이 대규모 강제 정전을 한 ‘블랙아웃(대정전)’ 트라우마가 이 같은 결과를 만들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화력·복합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의 추가 설립을 결정했다.
다시 2년 뒤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2024년까지 우리나라 최대 전력 수요가 105.2GW로 늘어날 것으로 수정됐다. 그리고 1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임명한 민간 전문가로 구성한 전력 수요 전망 워킹그룹이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기반이 되는 전력수요 전망을 발표했는데 여기서 2024년의 최대 전력수요는 96.9GW로 다시 급격히 떨어진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차 전력계획보다 0.9%포인트나 줄어든 2.5%로 봤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불과 2년 만에 전력 수요 예측에 큰 차이가 발생한 점을 들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코드 맞추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전력수급과 에너지 안보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판단이 배제된 전력 수요 예측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 변화는 나무랄 수는 없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 요소가 고려돼 전력 수요 예측이 변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며 “에너지 3중고의 딜레마를 풀기 위해서는 정권의 의지와 무관하게 전력 수요 예측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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