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밤 늦게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대폭 인상되자 예상대로 이해 당사자들의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편의점, 주유소 등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들은 “급증한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범법자 사장이 늘 것”이라며 “가뜩이나 내수 경기도 좋지 않는 마당에 장사를 접으라는 얘기”라고 강력 반발했다. 반면 영세 업체의 근로자, 아르바이트생, 노동단체 등은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서는 16.4% 늘어난 시급 7,530원도 적다”며 “더 급격한 시급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역시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될 경우 자영업자들이 비용 절감에 들어가면서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중소기업, 자영업자 관련 단체는 큰 폭의 최저 임금 인상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 역력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6일 “새 정부 공약을 감안하더라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지급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높은 수준으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며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지급능력 한계를 벗어난 영세기업들이 범법자로 내몰릴 상황이 심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도 이날 “최저임금위원회가 오는 2020년 시간당 1만원이라는 과제를 놓고 거침없이 질주하는 폭주기관차처럼 되고 말았다”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많은 부작용이 크게 우려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선 중소기업 사용자들과 소상공인들도 “가뜩이나 경기도 좋지 않고 경쟁 과열로 매출은 늘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감당하라는 소리인지 모르겠다”며 “한마디로 다 죽으라는 얘기”라고 반발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편의점 사장 강모씨는 “정부가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편의점 본사에 뜯기고, 아르바이트생에게 임금 주고 나면 지금도 남는 게 거의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양천구에서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최모씨도 “‘빚좋은 개살구’라는 속담대로 겉보기만 사장이지, 지금도 아르바이트생들보다 더 많이 일하고도 최저임금 정도도 가져가지 못하는 사장들도 많다”며 “자영업자들은 굶어 죽으라는 얘기”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반면 알바생들이나 근로자들은 “생활에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크게 반겼다. 서울 종로구의 커피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모씨는 “자영업자들이 죽겠다고 엄살을 피우지만 사정이 생각보다 괜찮은 경우가 많다”며 “대폭 인상이라고는 하지만 겨우 1,000원 정도 오른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영등포구 편의점에서 취업 준비와 편의점 알바를 병행하고 있는 김모씨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서는 하루 빨리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높은 임대료와 카드 수수료, 대기업의 골목 상권 침해 등으로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이나 대기업의 횡포 등을 막아 해결할 문제이지 아르바이트생에게 부담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자영업자들이나 영세 중소기업들이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편의점 사장 강모씨는 “자기 일이 아니라고 휴대폰이나 검색하면서 업무 시간을 때우다가 돈을 받아가는 알바생들도 많다”며 “내년에 시급이 실제 오르면 알바생을 줄이고 가족들이 대신 일을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한다는 50대의 강모씨는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우리 회사 사장도 맨날 ‘힘들다’ ‘죽겠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며 “사장 입장에서는 돈을 조금이나마 아끼려고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수현기자 valu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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