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룹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 회장은 18일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올해 상반기 그룹 사장단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며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성장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사장단 회의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국내외 사장단 및 경영혁신실, BU임원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본지 7월18일자 13면 참조
신 회장은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롯데그룹 사업모델 혁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기술과 롯데그룹이 보유한 빅데이터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모든 분야에서 혁신을 이뤄야 한다”며 “지금 당장, 신속하고 과감하게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혁신을 통해 ‘퀀텀점프’를 할 수 있었던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위기 속에서도 핵심사업 강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레고와 변화하는 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킨 펩시를 거론했다. 아울러 신 회장은 구글의 ‘10 타임스 싱킹(10 times thinking)’ 문화를 언급하며 “10%가 아닌 10배 향상을 불러올 수 있는 아이디어를 추구해야 한다”며 “시장과 고객, 환경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어떤 혁신이 필요한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신 회장은 롯데그룹이 창립 50주년을 맞은 올해를 ‘새로운 롯데(New Lotte)’의 첫해임을 선언했다. 그러면서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경영철학과 기업가정신을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와 관련, 신 회장은 신 총괄회장이 즐겨 읽었던 ‘젊은 베르테르의 고뇌 다시 읽기’를 사장단에게 나눠주며 “롯데의 정체성을 이룩한 신 총괄회장의 창업철학과 기업정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자”고 강조했다. 이 책은 롯데그룹이 기존의 책에 롯데그룹의 경영철학 등과 관련한 ‘주석’을 달아 회사 내부용으로 만든 책이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은 이어받되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50년을 위해서는 이를 새롭게 변화·발전시켜야 한다는 신 회장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회의에 참석한 황각규 경영혁신실장 사장은 “익숙함과 타협하지 말고 선도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사회적 책임과 이해관계자 관계강화를 지속가능 성장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올 들어 처음으로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자신의 경영철학과 경영방향을 제시하는 등 그룹 안팎에 신 회장 중심의 체제가 굳건해졌음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한다. 롯데그룹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 제공으로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최순실 게이트’ 관련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도 미래를 향해 롯데가 계속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줘 국내외 투자자들과 고객에게 신뢰를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부친인 신 총괄회장이 주도했던 50년을 넘어서 앞으로는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50년을 책임지겠다는 신호”라며 “여전히 중국 문제는 남아 있지만 최근 꼬였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면서 자신감을 얻은 듯하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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