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은행의 상장지수상품(ETP)의 신탁 규모가 대폭 늘고 있다. 주식시장이 올라도 쳐다만 보던 은행 고객들이 파생상품 신탁을 시작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운용사는 보수적인 은행 고객을 사로잡기 위해 채권 비중을 높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추가 상장하기도 해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한국거래소와 주요 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초 1조5,210억원에 그쳤던 KB국민은행·우리은행·KEB하나은행·SC제일은행 등의 ETP 신탁 규모는 지난달 말 기준 약 2조원으로 31%가량 증가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1조6,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SC제일은행이 2,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타 은행들은 200억~1,000억원대에 그쳤다.
ETP 신탁이란 자산운용사와 증권사가 한국거래소에 상장한 ETF나 상장지수증권(ETN)을 신탁 형태로 담은 상품이다. 홈트레이딩서비스(HTS)나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 등을 이용해 직접 ETF와 ETN을 매매하는 증권사 고객과 달리 직접 매수·매도를 꺼리는 은행의 보수적인 투자자, 특히 노년층 고객 등이 주 대상이다. 현재 ETP 신탁은 KB국민은행 등 5곳의 은행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NH농협은행도 이달 중 ETP 신탁을 처음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은행의 ETP 신탁 증가는 증시 상승이 이끌었지만 판매수수료 수입을 늘리려는 은행들의 영업전략도 한몫했다. 코스피가 약 5년 만에 박스권을 돌파한 데 이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증권상품에 대한 은행 고객들의 관심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은행 고객이 관심을 가지는 주식 관련 상품은 펀드 정도인데 상품에 따라 수익률의 부침이 심한데다 과거 손해를 본 고객도 많아 관심도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반면 ETP 신탁은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고 펀드보다 상품구조를 이해하기가 쉬워 은행 고객들이 선호할 만한 상품”이라고 전했다. 특히 펀드의 인기 하락으로 수입원이 줄어든 은행 입장에서도 ETP 신탁은 좋은 대체재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한 은행의 경우 올 들어 ETF 신탁 판매로 벌어들인 수수료 수입이 펀드 판매를 통한 수입을 추월할 정도”라고 말했다.
ETP 신탁 편입을 목적으로 하는 상품도 출시된 상태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배당성장채권혼합(237370)’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경기방어채권혼합(237440)’,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고배당주채권혼합(251600)’, KB자산운용의 ‘KBSTAR V&S셀렉트밸류채권혼합(241390)’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ETF는 기존의 주식형 ETF를 채권혼합형으로 추가 상장한 상품으로 기존의 ETF가 대체로 주식만을 담은 것과 달리 채권의 비중을 약 70%로 높인 것이 특징이다.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채권혼합형으로 출시된 ETF는 주로 안정성을 높이라는 은행의 요구에 맞춰 출시된 상품”이라며 “ETP 신탁 규모가 최근 부쩍 커지면서 은행을 잡기 위한 운용사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증권사의 HTS 등을 통해 거래할 때와 달리 ETP 신탁에 가입할 경우 약 1%의 선취수수료가 지급되며 원금보장이 안 된다는 점을 주 고객인 노년층에게 분명히 인지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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