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급격히 줄어드는 노후에는 평생 모은 재산을 남은 햇수로 나눠 쓰게 된다. 쉽게 말해 보유 재산을 n분의1 해 사용하는 셈이다. 그런데 n(기대여명)이 생각보다 높다면 가용 생활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100세 시대의 딜레마다.
우선 보유한 재산을 어떤 방식으로 인출해 사용하면 적절한지 계산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일정한 비율로 인출하는 방법을 떠올릴 수 있다. 목돈 1억원이 있고 그 4%에 해당하는 금액을 인출할 계획을 세웠다고 가정하자. 첫해에는 400만원을 생활비로 쓸 수 있다. 매년 물가는 상승하기 마련이어서 그다음 해에도 같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려면 400만원보다 좀 더 많은 액수가 필요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매년 원금의 4% 가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인출한다면 언제 원금이 고갈될까. 연평균 수익률과 물가상승률이라는 두 변수 차이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계산에 의하면 두 변수가 같으면 약 25년, 연평균 수익률이 물가상승률보다 2% 포인트 높으면 약 50년 걸린다. 정년을 60세로 보면 변수에 따라 85세에서 110세까지 버틸 수 있는 셈이다. 여기서 수익률을 관리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눈치챘다면 이 계산법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다. 즉 연평균 수익률이 물가상승률보다 조금이라도 높아야 내 돈의 수명이 내 수명보다 길어지게 된다.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에 예금 이자에만 의존한다면 이런 수익률을 실현하기 쉽지 않다. 안전자산인 예금·국채뿐만 아니라 실적 배당하는 주식에 각각 일정 비율로 분산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옳다. 노후에 아무런 노력 없이 벌어놓은 것만 가지고 살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100세 시대의 기나긴 여생을 보내기 위해서는 인출기에도 일정 수준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
어쩌면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것을 노후 대책의 하나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껴 쓰는데도 한계는 있는 법.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하며 소득을 얻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젊은 사람도 취업하기 힘든 세상에 차별화된 능력이 없다면 노인이 직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역시 평생 벌어놓은 자본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투자를 시작하려고 할 때 투자 리스크에 지나치게 겁먹어 실행하지 못하는 사례가 흔하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을 때 도전을 피하다 보면 막다른 길에 몰려 도전을 강요당할 수도 있다. 요즘 퇴직 후 호구지책으로 조그마한 가게를 여는 퇴직자가 많다. 분명한 것은 소규모 사업체를 직접 경영하는 것이 큰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것보다 리스크가 훨씬 크다는 사실이다. 지철원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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