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방산 비리 척결에 대한 의지를 수차례 강조한 가운데 오늘 하성용 KAI 사장이 전격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하 사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인사로, 그동안 감사원 등을 통해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아왔습니다.
하 사장은 이날 “저와 KAI 주변에서 최근 발생하고 있는 모든 사항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KAI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겠다”고 사의를 표했습니다. KAI는 오늘 오후 이사회를 열고 하 사장의 사표를 수리했습니다.
검찰은 현재 하 사장이 측근이 운영하는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고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과 고등훈련기의 원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지난 2013년과 2014년에 직원 명절 지급용으로 구매한 52억원 어치의 상품권 중 17억원 규모의 상품권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상품권이 군 고위 관계자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청와대가 하 사장을 임명할 당시 KAI 임원 시절 비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알고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17억원의 상품권이 정관계 로비에 사용됐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검찰은 지난 14일 KAI의 사천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 수색하고 이 과정에서 다수 직원의 컴퓨터에 데이터 삭제 전용 프로그램이 설치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어 18일에는 협력사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실시해 KAI 수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하 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이미 2년 전 감사원으로부터 특정 회사에 247억원 규모의 일감을 몰아주고 용역 대금을 부풀려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자료를 넘겨받고서도 수사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문 대통령이 지난 17일 수석 보좌관회의에서 “방산 비리는 단순한 비리를 넘어 안보에 구멍을 뚫는 이적행위에 해당한다”고 엄중한 수사를 주문한 뒤 이뤄진 만큼 새 정부의 강한 의지가 검찰 수사로 이어지고 수사망에 부담감을 느낀 하 사장이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하성용 KAI 사장을 시발로 검찰의 전면적인 방산 비리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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