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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증세론] 정권 실세들의 잇단 '증세 소신'...소득·법인세 인상 방아쇠 되나

일각 "정부 내부에 '사공' 많아 불협화음 현실화" 시선도







20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실무진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은 원래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모두발언 이후 장내를 정리할 때 국회 일정으로 먼저 자리를 뜨기로 돼 있었다. 그런 김 장관이 지극히 예민한 증세 문제를 공개적으로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김 장관의 깜짝 발언뿐만 아니라 국무위원 중 총 6명(김 장관 포함)이 증세 필요성에 동의하거나 국민적 이해 등을 전제로 제한적 동의를 한 것은 그만큼 정부 내에서도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세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는 김 장관뿐만이 아니다. 이날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경유 값을 올릴 경우 경유차를 사용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 증가가 상당하기 때문에 급하게 인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전문가와 각계 대표들로 구성될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충분히 시간을 갖고 검토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중장기 과제로 조심스럽게 접근할 문제이지만 증세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이에 앞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증세 없이 문재인 정부의 재정지출 절감, 세제 개혁으로 복지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이 신빙성이 없다는 데 공감하고 증세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다.

지금까지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청와대·더불어민주당 등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증세를 꺼려왔다. 참여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 도입으로 여론의 강한 반발을 경험한 ‘트라우마’가 있고 박근혜 정부 때 연말정산 파동, 담뱃값 인상 등을 지켜보며 ‘세금을 함부로 건드리면 거센 역풍에 직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부동산 보유세, 경유세,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중 축소,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 등 민감한 사안을 논의하겠다고 한 것도 그 때문이다. 김 경제부총리는 “올해 세법개정안에서는 명목세율 인상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학자가 아닌 정권 실세인 김 장관, 김 위원장이 증세 필요성을 언급하고 국무위원 중에서도 적지 않은 인사가 증세 필요성에 공감해 앞으로 증세 논의에 불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1순위는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과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부터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이 신설돼 5억원 이상 과표 구간에 속하는 사람은 40%의 소득세를 낸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집에서는 뺐지만 후보 시절 3억원 초과 42% 적용을 언급한 바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세수 효과는 연평균 1조2,000억원으로 관측된다. 법인세도 현재는 과표 200억원 초과에 22%를 매기지만 500억원 초과에 25%를 적용하는 구간을 새롭게 만드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

한편 이번 일을 두고 정부 내부의 ‘사공’이 많아 불협화음이 잦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청와대에는 정책실장·경제보좌관·경제수석·일자리수석·재정기획관 등 경제 담당자들이 많은데다 각종 위원회도 여러 개 신설됐다. 한목소리를 내 경제에 일관된 신호를 줘야 하는 정부이지만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 혼선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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