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롯데케미칼(011170) 인도네시아 납사분해시설(NCC) 석유화학단지 건설 사업이 5년만에 시동을 걸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이달 초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건설을 위한 설계 용역을 발주했으며 국내 한 대형 건설사와 계약을 맺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설계 용역 계약을 맺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실제 사업을 시작하기 전 이번 프로젝트가 얼마나 사업성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차원으로 정식 설계 용역을 발주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일종의 ‘가(假)설계’라고 하지만 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투자계획을 밝힌 뒤 대내외적 문제에 부딪혀 실질적 움직임이 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사업이 시작된 것으로 해석한다. 이번 설계 용역 기간이 내년 9월까지여서 결과물이 나온 뒤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설계·구매·건설(EPC) 입찰 등을 거치게 되면 실제 착공 시기는 롯데측이 밝혀왔던 2019년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건설 프로젝트는 ‘석유화학’을 그룹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려는 신 회장의 의지가 담긴 역점 분야다. 롯데그룹은 창립 50주년을 맞은 올해 4월 비전선포식에서 도 식품과 석유화학, 접대서비스(hospitality)를 중점적으로 키워나가야 할 사업으로 꼽았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 역시 신 회장으로부터 비롯됐다. 신 회장은 2011년 2월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최대 50억달러 규모의 석유화학시설 투자에 대해 협조를 구했고, 이 때부터 NCC프로젝트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 후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용도 제한 등의 인도네시아 규제 등에 발목이 잡히면서 추진이 원활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인도네시아 국영 제철기업 크라카타우의 제철공장 인근 부지 50㏊(50만㎡)를 매입하면서 부지 문제가 해결됐고 롯데케미칼 타이탄의 말레이시아 증시 상장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추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와관련, 신 회장은 이달 초 한국을 방문한 아이르랑가 하르타르토 인도네시아 산업부 장관과 만나 프로젝트 추진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룹 안팎의 기대감도 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건설은 향후 업황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해당 업체 입장에선 조용히 추진할 수밖에 없다”며 “롯데가 이 프로젝트를 완료하면 세계 7번째 에틸렌 생산기업으로 올라서는 만큼 글로벌 화학 기업들의 견제도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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