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6일 연속 사상 최고, 코스닥이 연중 최고 기록을 세우며 기분 좋게 마감한 20일 증시에서 LG디스플레이(034220)에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왔다. 외국인과 기관을 중심으로 대규모 매물 폭탄이 쏟아지며 6년 만에 하루 최대 낙폭 기록을 갈아치웠다. 오는 26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력인 50인치 이상 대형 LCD TV용 패널 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소식에 투자 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으며 매물이 나오기 시작한 데 이어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도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LG디스플레이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8.17% 떨어진 3만4,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이날 삼성전자(005930)(0.91%), SK하이닉스(000660)(0.42%) 등 시총 상위 대부분 종목이 오르며 2,440선을 돌파한 가운데 LG디스플레이의 급락은 눈길을 끌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0.49%(11.90포인트) 오른 2,441.84로 장을 마감하며 6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닥도 전일 대비 0.74%(4.98포인트) 오른 676.51포인트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달 19일 기록한 연중 최고치(675.44)를 한 달 만에 갈아치웠다.
LG디스플레이는 이날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하락 폭은 지난 2011년 9월23일(-8.71%) 이후 6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하루 거래량은 1,369만758주로 2005년 7월22일(1,444만1,616주)에 이어 역대 7번째 규모다. 이날 주가 급락을 주도한 외국인의 하루 순매도 금액(1,163억6,200만원)은 역대 세 번째로 많다. 2004년 7월 증시에 입성한 LG디스플레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인 2009년 3월13일 외국인이 하루 기준으로 가장 많은 1,281억원을 순매도했고 같은 해 9월2일에도 1,177억원을 팔아치운 전례가 있다.
시장에서는 이날 LG디스플레이 급락의 원인으로 LCD 패널 가격 하락을 꼽고 있다. 매달 20일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IHS마킷은 LCD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을 발표한다. LG디스플레이는 LCD 관련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9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매월 이맘때 발표되는 IHS마킷의 패널 가격은 투자자들의 심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시장의 예상보다 부진한 패널 가격이 미국 시간으로 전날 공개됐고 이날 새벽에 한국 시장에도 알려지면서 외국인과 기관을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쏟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하지 못한 개인은 이날 하루 LG디스플레이를 역대 두 번째 규모인 1,708억원어치를 사들이며 반대로 움직였다. IHS마킷에 따르면 7월 TV용 LCD 패널 가격은 크기에 따라 전달보다 6~7% 정도 하락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지난 1·4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회사 측이 하반기 패널 가격이 안정세일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반대의 결과가 나
오면서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며 “애플에 공급하는 OLED 물량도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루머가 돌면서 LG디스플레이가 겹악재에 노출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민희 흥국증권 연구원은 “최근 TV세트 수요 감소세가 확대되며 세트업체들의 재고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도 악재”라며 “원화가 최근 강세로 돌아선 데 이어 LG디스플레이의 주력인 50인치 이상 TV용 LCD패널 가격 하락이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25일 이사회를 열고 발표할 예정인 파주 P10 라인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루머도 돌았다. P10 공장은 건설, 용수 및 전력 설비 확충, 클린룸 확보 등에만 1조8,400억원이 투자된 대규모 프로젝트다.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 P10 투자에 대한 규모, 주력 생산품 등에 대한 관심이 고조돼왔다. OLED 생산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OLED TV 시장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만큼 LCD 생산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