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은행 예적금으로만 자산을 관리하던 윤모(36)씨는 얼마 전 펀드 공부를 시작했다. 3년짜리 저축은행 적금마저도 금리가 2%대에 그치는 등 저금리에 못 이겨 난생처음 적극적인 투자를 결심한 것이다. 하지만 코스피가 2,450선까지 오르는 등 상승세가 이어지자 투자를 미뤘다. 괜히 고점에 들어갔다 손실을 볼까 걱정돼서다.
펀드 시장은 올해 내내 윤씨 같은 투자자들로 북적였다. 연초에는 상승세에 대한 비관적 전망 때문에 펀드 투자를 꺼렸다면 최근에는 너무 올랐다는 부담에 투자를 머뭇거리는 분위기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주식형 펀드에서는 6조6,903억원(지난 21일 기준)이 빠져나갔다. 반대로 단기 투자처인 머니마켓펀드(MMF)로는 같은 기간 18조9,560억원이 추가로 유입됐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MMF에 돈을 묻어둔 채 관망하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상승장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펀드 상품으로 배당주 펀드 등을 제시하고 있다. 23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교보증권·대신증권·NH투자증권·현대차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 등 5곳은 현재 가장 추천하는 펀드로 ‘베어링고배당’을 지목했다. 동부증권·미래에셋대우·우리은행·KEB하나은행은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 펀드를, 교보증권·동부증권·한국투자증권은 ‘신영밸류고배당’ 펀드를 꼽았다. 전 세계 배당주에 투자하는 ‘피델리티글로벌배당인컴’ 펀드도 삼성생명보험·하나금융투자·현대차투자증권 등 3곳의 추천을 받았다. 한국펀드평가는 증권사 14곳, 은행 3곳, 보험사 1곳 등 판매사 18곳을 대상으로 매달 최다 추천펀드를 집계하고 있다.
배당주 펀드는 증시 상승세뿐 아니라 기업들의 배당 확대에도 베팅할 수 있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으로 배당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규 자금 유입이 비교적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국내주식형 펀드 전반의 자금 유출 흐름에도 배당주 펀드는 최근 3개월 3,127억원을 끌어모았다.
인프라·정보기술(IT) 등의 섹터 펀드도 상승장 부담을 극복할 키워드로 지목된다. 미래에셋대우·교보증권·신한금융투자·NH투자증권 등 4곳은 ‘하나UBS글로벌인프라’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NH투자증권은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를 꼽았다. 증시 변동과 상관없이 성장성이 좋은 업종이라는 이유에서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일대일로 등 인프라 프로젝트의 투자 승인을 늘리는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재개되는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판매사들은 이 밖에도 해외 펀드로 리스크 분산을 하라며 ‘삼성아세안(추천 판매사 4곳)’ ‘슈로더유로(3곳)’ ‘AB미국그로스(3곳)’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2곳)’ 등을 추천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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