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만큼은 잡겠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렇게 천명했지만 결국 시장에 백기를 들었다.
종합부동산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도입 등 갈수록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집값은 정부를 비웃기라도 하듯 계속 뛰어올랐다.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확대, 전 정부의 부동산경기 부양책, 신규 아파트 공급 축소 등이 맞물린 결과다.
참여정부는 지난 2004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부동산 정책을 꺼내 들었다. 대책 발표 이후 잠시 주춤하는 듯했지만 다시 뜀박질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런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값은 56.58%나 폭등했다.
참여정부는 ‘수요억제’에 무게중심을 뒀다. 김대중 정부가 주택 양도소득세를 감면하고 분양권전매제한을 폐지하는 등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내놓자 집값 불안정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2003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해 재건축아파트 분양권전매제한, 투기과열지구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5·23대책, 10·29대책을 연달아 꺼냈다.
이후 2004년 시장은 안정세를 찾아가는 듯했지만 서울 강남과 분당·용인 지역 등에서 시작된 가격 상승세는 강북권, 경기남부 지역까지 확산됐다. 이에 정부는 실거래가 신고를 의무화했고 양도소득세 1가구 2주택자 50% 중과 등의 내용을 담은 8·31대책을 꺼내 들었다.
이후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안정세를 보였지만 2006년 강남권역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불안한 양상이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재건축 제도와 주택담보대출 방식을 손봤다. 2006년 3·30대책에서 시가 6억원 이상 주택을 대상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도입했고 재건축 안전진단제도를 강화했다. 2006년 11·15대책에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DTI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2007년 분양가상한제 및 원가공개를 확대하는 대책 등을 내놓았지만 뛰는 집값을 잡기는 쉽지 않았다.
10년이 지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정부가 대책을 내놓아도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는 것이나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국지적 상승세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것은 참여정부 시절의 부동산시장과 ‘판박이’다.
이렇다 보니 시장 참여자들은 참여정부 시절의 ‘학습효과’를 이유로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잠실동 B공인중개 관계자는 “강남 부자들 중에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집을 사겠다는 사람도 있다”면서 “정부 규제가 공급 감소를 초래해 오히려 강남 아파트 값은 더 오를 것으로 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부동산시장이 참여정부와 여러 측면에서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가계소득 증가, 시중의 과도한 유동성,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 등 시장 여건도 비슷한데다 가격 불안정에 대한 정부 대응책도 참여정부와 빼닮았다는 것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격 하락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해 지방 자산가들까지 서울로 원정투자를 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지방의 일부 자산가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서울 지역 투자를 문의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참고해 과거의 실책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참여정부가 수급예측에 실패해 공급 대비 수요 과잉현상이 지속되면서 집값이 올랐던 만큼 이번 정부는 초기부터 주택공급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주택공급을 안정적으로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것이 집값을 안정시킬 가장 강력한 ‘한 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전셋값이 싼 강남권 재건축을 제외하고 갭투자(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사는 것)가 서울 전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집값을 다시 끌어올리는 것을 규제할 필요도 제기된다.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 강화’를 통해 투기수요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실거주 여부와 무관하게 주택 보유기간이 2년 이상이면 양도세가 감면되지만 2년 이상 거주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바꾸는 것이다.
/노희영·이완기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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