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주계열사 LG화학에서 ‘노동조합 불법도청’ 파문이 터졌다.
24일 LG화학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이 회사 익산공장에서 진행된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도중 사측이 노조 휴게실에 도청 장치를 설치했다가 노조 간부에 의해 발각됐다.
노사 협상이 잠시 정회된 상황에서 휴게실로 이동한 노조 간부들이 마이크 형태의 도청 장치를 발견한 것이다.
이 마이크는 줄을 통해 옆 방으로 연결됐고, 녹음 기능까지 장착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조는 즉시 사측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일부 노조 간부들은 21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LG화학 본사를 항의 방문해 경영진의 공식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LG화학 측은 “이번 건은 실무 직원이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판단한 사안”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실제 녹음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노조와 협의해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한 관련자 징계와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 실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LG화학은 지난달부터 임단협을 시작했으며, 통상 9월께 협상이 마무리된다. 지난해에는 양측이 임금인상률을 놓고 맞서기는 했지만 10년 넘게 무분규 타결을 이어오고 있다.
다만 올해는 LG화학이 연초에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면서 교섭 대상을 확정 짓는 문제 등으로 노사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른 그룹에 비해 오너가(家) 관련 비리나 노사문제가 적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LG그룹에서 이런 일이 터져 충격”이라며 “이번 사안은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까지 있어 보이기 때문에 앞으로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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