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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가죽 위에 그린 사슴낙원..."유토피아는 환영에 불과하다"

장종완 개인전 '오가닉 팜'

아라리오서 내달 27일까지

회화·조각 등 40여점 전시

장종완의 ‘그가 말하니 모두들 잠잠해졌다’ /사진제공=아라리오갤러리




사슴 가죽 위에 사슴들이 한가로이 뛰노는 낙원을 그렸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 아래로 높이 솟은 뭉게구름, 넓은 산과 강이 펼쳐지고 분홍빛 사슴들은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냥꾼 손에 잡혀 가죽이 벗겨지기 전까지의 사슴의 삶이 딱 그랬으려나. 평화롭고 화사하지만 더 없이 불편한 이 풍경은 흡사 귀엽게 앞치마를 두른 돼지가 삼겹살 접시를 손에 들고 “맛있게 드세요”를 외치는 고깃집 간판만큼이나 ‘익숙한 기괴함’을 풍긴다.

유토피아는 실재하지 않는 환영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하는 장종완(34)의 개인전 ‘오가닉 팜’이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다음 달 27일까지 열린다. 대안공간과 미술관 기획전을 통해 꾸준히 활동해 온 그가 상업화랑에서 개인전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가 특유의 전원적이지만 냉소적인 시각을 담은 회화와 영상, 조각 등 40여 점을 선보인다.

사슴이 노니는 그림의 제목은 ‘그가 말하니 모두들 잠잠해졌다’. 마치 신화나 종교 경전의 한 구절을 옮겨온 듯 선언적인 문장이라 반드시 잠잠하고 평화로워야 할 것만 같다. 그러나 정작 이상향을 그려놓은 작품 속에서는 여러 가지 탐욕이 뒤엉켜 기묘한 긴장감을 이룬다. 이 같은 괴리감은 바라보는 관객에게까지 전해지지만 쉽사리 작품 곁을 떠나지 못하게 붙든다.

장종완 개인전 ‘오가닉 팜’ 중 전시장 한쪽 벽을 가득 채운 가죽그림 설치장면 /사진제공=아라리오갤러리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불안, 환상, 구원의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순환하는 감정의 굴레를 생각했다”면서 “불안하면 환상을 갈구하고 그 속에서 안락함을 느끼지만 그것은 일시적이고 불안한 구원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갓 두 돌 넘은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비싼 가격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유기농(organic) 식품을 구입하려는 나 자신을 보며 안심을 갈구하고 맹신하는 사람의 소망과 실망의 반복이 유기적(organic) 순환고리를 이룬다”면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방향은 달라졌을지언정 이상향에 대한 믿음과 추종은 지속돼 왔고 이 또한 언젠가 좌절될 것이라는 일련의 생각을 담아 전시 제목을 ‘오가닉 팜(Farm)’이라 붙였다”고 설명했다.

그의 그림은 소재와 주제뿐 아니라 색감도 독특하다. 싸구려 예술품 같은 키치적 느낌을 풍기는 색채는 자체발광하는 듯한 신비로운 색들이다. 초록과 분홍, 갈색 등 자연과 닮은 색을 택하되 채도와 명도를 조금씩 높여 인공적인 느낌을 더했다. 마치 플라스틱으로 만든 자연 풍경 같은, 과장된 평화로움이 그림에서 느껴지는 이유다.

전시장 벽 하나는 동물 가죽 및 인조 가죽에 그린 수십 여 점 그림이 가득 뒤덮고 있다. 지금 내가 꾸는 꿈이 진정 내가 추구하는 ‘이상향’인지, 현실이라 믿고 있는 이 상황이 혹여 꿈과 착각은 아닌지 되짚어보게 한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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