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최근 베트남 2호점 부지 계약을 체결하면서 롯데·CJ(001040) 등 거대 유통기업들의 베트남 시장 공략도 한층 불붙을 전망이다. 베트남은 롯데·신세계·CJ 등 유통 ‘빅 3’가 포스트 차이나로 가장 눈여겨보는 곳 중의 하나다. 인구 약 9,526만 명으로 세계 15위 규모의 거대 시장인 데다 향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롯데와 CJ는 베트남에 여러 계열사들이 이미 진출한 상태. 여기에 상대적으로 속도가 늦었던 신세계가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 국내 유통 빅 3의 포스트 차이나 전략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베트남 2호점 개장을 위해 호치민에 부지를 매입하는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인허가 등 행정절차만 거치면 이르면 내년에 전용 건물을 지어 오픈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 2015년 12월 호치민시 고밥에 1호점을 오픈 하면서 2호점 출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고밥점은 9,015평 부지에 매장 면적 3,200평 규모로 2호점 부지 역시 비슷한 수준이거나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마트가 베트남 2호점 개장 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은 사드 보복 여파 등으로 중국 시장에서 곧 완전 철수할 예정인 가운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직접 베트남을 가장 유력한 대체 시장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현재 철수가 예정된 중국과 가맹점 형태로 나간 몽골을 제외하면 이마트가 직영점 형태로 진출한 국가는 베트남이 유일하다.
진출 초기부터 현지화에 실패한 중국과 달리 베트남은 1호점부터 흥행몰이를 하고 있어 기대치도 높은 상황이다. 고밥점에 오픈한 1호점은 지난해 회사 목표치를 20%가량 웃돈 41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세계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포스트 차이나’ 시장을 동남아시아로 잡고 추가 진출 가능 지역을 적극 물색 중”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 대체 시장으로 베트남에 공세를 퍼붓는 유통사는 비단 신세계뿐이 아니다.
CJ제일제당, CJ푸드빌, CJ프레시웨이, CJ CGV 등이 이미 현지에 자리 잡은 CJ 역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경영 복귀 후 베트남 공략에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여러 계열사들이 베트남 업체 인수·합병(M&A)과 추가 시설 투자를 고려중이다.
실제로 CJ프레시웨이의 경우 최근 베트남의 한 식자재 유통기업과 이르면 연내를 목표로 인수·합병(M&A)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의 경우도 최근 베트남에 700억원을 투자해 식품 통합생산기지를 건설, 2020년까지 매출 7,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롯데그룹 역시 신동빈 그룹 회장의 진두지휘로 베트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신 회장은 지난 24일과 25일에 2020년까지 완공할 쇼핑몰 ‘롯데몰 하노이’ 사업 현장과 호치민 투티엠 신도시 지구에 조성 중인 ‘에코스마트시티’ 현장을 각각 찾았다. 2조원이 투입된 에코스마트시티는 백화점, 쇼핑몰, 시네마, 호텔, 오피스 등과 주거시설로 구성된 대규모 단지다. 현재 롯데그룹에서는 1998년 첫 진출한 롯데지알에스(옛 롯데리아)를 비롯해 백화점, 마트, 호텔, 시네마, 면세점, 홈쇼핑 등 상당수 계열사가 베트남에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한편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는 이번 기회에 ‘탈 차이나’ 플랜을 빠르게 진행한다는 복안을 세워 놓고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베트남 등 다른 시장이 중국 시장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중국만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이번에 느꼈다”며 “포스트 사드 지역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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