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사양의 PC와 전용 기기가 필요해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만 관심을 받았던 가상현실(VR) 콘텐츠가 점점 일반 사용자와 가까워지고 있다. VR 게임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게임방이 시내 곳곳에 들어서고 호텔 등 숙박업소 객실에도 기기가 설치되면서 접근성이 높아진 덕분이다.
토종 PC 제조업체 주연테크(044380)가 최근 부활을 꿈꾸며 역량을 모으는 사업 분야가 바로 VR 게임방이다. 지난 1월 게임업체 YJM게임즈와 합작사 ‘주연YJM’을 설립해 ‘브리즈(VRIZ)’라는 이름으로 서울 시내에 홍익대점과 잠실새내점, 종각점 등 총 3곳에 VR 게임방을 냈다. 다음 달까지 신촌점과 건국대점을 열어 일단 5개 매장을 거점으로 사업을 넓힐 계획이다. 연내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총 10개 매장을 여는 것이 목표다. 주연테크는 VR 게임방 브리즈의 운영을 맡고, YJM게임즈는 게임 콘텐츠를 제공하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한다.
브리즈는 VR 게임을 위해 별도의 방을 마련했다. VR 게임 최초로 월 1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한 1인칭 실시간 슈팅게임(FPS) ‘로우 데이터’를 비롯해 YJM게임즈에서 나오는 21가지의 콘텐츠를 즐기는 게 가능하다. 또 출시를 앞둔 기대작 ‘오버턴’을 비롯해 5개의 콘텐츠를 추가로 제공할 예정이다.
주연테크의 첫 번째 VR 게임방인 홍대점은 지난 2월 개점 후 1만5,000명 가량이 다녀갔다. 이용요금은 1시간에 1만8,000원으로 싸지는 않다. 그런데도 주말에는 예약 방문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고객이 몰린다. 김희라 주연테크 대표는 “VR 전문 콘텐츠 개발사와의 합작을 통해 양질의 게임을 제공하는 것이 VRIZ만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오프라인 숙박업소의 예약·결제를 중개하는 야놀자 역시 VR 콘텐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자사의 호텔 브랜드와 제휴사와의 협업을 통한 방식이다. 일단 야놀자가 직접 운영하는 호텔야자 홍익대점 로비에 지난 4월 VR 게임 기기를 설치해 방문객이 객실 입장을 준비하며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방문객이 VR 콘텐츠에 높은 관심을 보이자 야놀자는 최근 에이치에비뉴 이대점 일부 객실에 VR 기기와 콘텐츠를 넣었다. 객실 요금은 똑같이 내면서 VR 콘텐츠까지 즐길 수 있도록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올해 3·4분기 중에는 호텔야자 광주 충장로점의 객실에도 VR 기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야놀자에 들어간 VR 플랫폼은 GPM이 개발한 것으로 여러 사람이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야놀자 관계자는 “직영 호텔에서의 사용자 반응을 살핀 뒤 제휴점까지 VR 게임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숙박업소를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라 첨단 기술이 함께하는 ‘놀이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PC 제조사와 숙박업소 중개업체까지 VR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일반 사용자의 관심도가 점차 증가하는 것을 고려한 전략이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이 지난 5~6월 남녀 4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2%는 VR 콘텐츠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VR 콘텐츠 중에서도 게임 쪽이 가장 기대된다는 응답 비중이 43%에 달했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VR 콘텐츠를 쉽게 즐기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렸는데 전용 게임방이 늘어나고 숙박업소 등에도 기기가 들어오면서 보편적인 사업 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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