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중소벤처기업·소상공인 육성 의지를 담은 중소벤처기업부가 26일 출범했다. 중기부 출범 과정에서 가장 큰 변화는 소상공인정책을 담당하는 부서가 ‘국’에서 ‘실’로 한 단계 격상한 것.
기존보다 조직이 두 배 정도로 커지면서 소상공인을 위한 수준 높은 정책 서비스를 펼칠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기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소상공인은 정책 대상 수가 매우 많으므로 똑같은 행정력을 투입해도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며 “기존 조직으로는 벅찼지만, 격상을 계기로 동네 가게나 치킨집, 빵집까지 세밀하게 살피고 좋은 정책을 만들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우리나라 소상공인은 전체 사업체의 86.4%(306만개), 종사자의 37.9%(605만명)를 차지한다. 대개 실업이나 퇴직으로 어쩔 수 없이 창업한 경우가 많고, 상당수 영세한 서민이어서 정부 차원의 보호와 지원을 필요로 한다.
최근에는 가뜩이나 포화상태인 자영업 시장에 사람들이 더욱 몰리는 모양새여서 무작정 지원보다는 사업 모델의 혁신과 육성, 경쟁에서 도태되는 사람들을 위한 대책 등 한 차원 높은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중기부, 그리고 소상공인정책실은 위상이 강화된 만큼 더 큰 책임과 사명감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경제적 약자인 소상공인 보호다. 경쟁에서 도태되는 소상공인들을 보호하는 것은 사실 시장원리와는 맞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상황에서 약자인 소상공인에 대한 배려가 절실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대부분은 어쩔 수 없이 떠밀려 창업하고, 충분하게 준비하지 못한 채 시장에 나와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금세 폐업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달 초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사업자가 90만9,202명으로 전년대비 15.1% 증가해 하루 평균 2,491개 사업장이 문을 닫았고, 지난해 새로 창업한 사업자는 122만6,443명으로 2002년 이후 최대치였다.
위기의 자영업자 외면하면
빈곤층 확대·소비침체 초래
사회·복지관점서 지원 필요
이처럼 다산다사(多産多死)와 낮은 생존율의 특징을 갖게 된 데는 청년 실업과 조기 퇴직, 미스매치 등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치 않은 원인도 크다. 문제는 자영업으로 내몰린 뒤에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보면 멀쩡한 가정이 빈곤층으로, 또 영세 소상공인은 생존의 위협을 받을 정도로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를 외면할 경우 실업률 증가와 빈곤층 확대, 소비 침체 등으로 이어져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는 시장논리보다는 사회·복지적 측면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새 정부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더불어 잘사는 경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국정과제로 ‘소상공인·자영업자 역량 강화’를 내건 것도 중산층·서민 경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김수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기획조정실장은 “중기부 승격에 발맞춰 그간 상대적으로 약했던 소상공인 전통시장 보호를 강화함으로써 600만개 일자리를 유지·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청년 창업자는 육성에 초점
중장년은 협동조합 활성화
소공인 생태계 만들어줘야
자영업자의 체질을 강화해 생존력을 높이는 육성책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유통은 현대화하고 모바일 쇼핑 비중도 큰 폭으로 커졌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따라 소상공인도 혁신이 필요한 시기다. 이런 점에서 최근 푸드 트럭이나 요식업 분야로 모여드는 청년들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중장년층 소상공인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매력·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한 협동조합 형태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청년 창업은 육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개별 소상공인의 약점을 프랜차이즈가 보완할 수 있는 만큼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상생하는 이익공유형 프랜차이즈 모델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숙련된 기술을 보유한 소공인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함으로써 산업의 뿌리를 튼튼히 키워야 하는 것도 새 중기부의 역할이다. 개별 소공인이 자립을 돕는 생산시설과 컨설팅 등 생태계 기반을 만들고 이들의 능력이 전수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경쟁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도태되는 일부 소상공인들의 경우 자연스럽게 임금근로자로 전환할 수 있는 연착륙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궤를 같이해야 된다. 중소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한계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다수 임금 근로자로 바뀔 수 있는 만큼 폐업 이후 이들을 보듬을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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