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가 올해 10년 만의 적자 전환의 갈림길에 섰다. 중국과 미국의 판매 부진으로 나빠진 실적이 ‘감기’라면 내달 1심 판결을 앞둔 통상임금 이슈는 ‘암’ 수준의 충격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통상임금 여파에 따라 부품산업을 포함한 자동차 산업에서 2만명 이상의 고용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법원이 통상임금을 인정하더라도 신의칙(신의성실 원칙)을 폭넓게 해석해 부담을 줄여 줄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27일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의 1심 판결은 8월17일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쟁점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는지로,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판례에 비춰 보면 기아차의 상여금은 통상인금 기준인 고정성, 일률성, 정기성의 원칙을 모두 충족하기 때문이다. 관건은 이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신의칙을 적용해 지급 의무를 면제해줄 지 여부다. 2013년 대법원은 ‘노동자의 통상임금 확대 청구로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발생한다면 신의칙에 위반되기 때문에 미지급된 통상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과 아시아나항공, 한국GM 등이 이 같은 신의칙을 인정받았다.
이 같은 판례에 비춰 보면 기아차 역시 신의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와 업계의 판단이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하게 되면 약 3조원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인 2조4,615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올해는 상황이 더 악화했다. 상반기 동안 벌어들인 돈은 7,868억원으로 연간으로 계산해도 통상임금 부담액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기아차가 1심 판결에서 패소하면 2007년 이후 10년 만에 영업이익이 마이너스(-)가 된다.
더 큰 문제는 기아차 만의 부담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아차 협력업체만 수천 곳에 이른다. 한국노동연구원은 통상임금에 고정 상여금이 포함되면 산업 전반의 노동 비용이 14조6,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인건비 부담에 따른 일자리 감소는 완성차 업계에서 1만801명, 부품업계를 포함하면 2만3,0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 상황과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한국GM이나 현대중공업 등의 사례보다 기아차 상황이 더 열악하다”며 “법원의 판결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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