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4분기 1%대 ‘깜짝 성장’했던 한국 경제 성장률이 2·4분기에 다시 0%대로 떨어졌다. 저유가와 중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의 여파로 수출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올 2·4분기 GDP는 1·4분기보다 0.6%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7% 증가했다. 반도체 ‘슈퍼 호황’으로 올 1·4분기 경제성장률(1.1%)이 유독 높게 나왔던 만큼 그에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1·4분기의 거의 절반 수준으로 추락했다
우리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수출이 전 분기보다 3% 감소하며 예상보다 큰 부진을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4분기(-4.3%) 이후 8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1·4분기 기저효과에 더해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화장품 등 석유·화학제품 수출이 쪼그라들었고 자동차도 해외판매 부진으로 현지생산이 감소해 자동차 부품 수출이 크게 줄었다. 국제유가가 6월 들어 40달러 중반대로 떨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유가가 떨어지면 우리 기업의 산유국 수출이 타격을 받는다.
그나마 2·4분기 성장률은 소비와 설비투자 덕분에 선전했다. 민간소비는 1·4분기보다 0.9% 늘면서 2015년 4분기(1.5%) 이후 6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심리 개선 속에 갤럭시S8 출시와 에어컨·공기청정기 등 내구재 판매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설비투자도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반도체 제조용 장비 투자를 중심으로 1·4분기보다 5.1% 늘었다.
한편 분기별 성장률을 살펴보면 2015년부터 같은 해 3·4분기(1.3%)와 올 1·4분기를 제외한 8개 분기 모두 0%대를 기록했다. 정부의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 3.0%를 달성하려면 올해 3·4∼4·4분기에 각각 0.8% 정도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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