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에서 6년째 편의점을 운영해온 전영철(가명)씨 부부는 삶이 곧 편의점이다. 인건비를 최소화하려고 부부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맞교대로 가게를 보니 대화도 편의점에서 이뤄지고 식사도 이곳에서 해결한다. 전씨는 “가맹본부에 떼어주고 임대료에 알바비 주고 나면 손에 쥐는 것은 채 300만원이 안 된다”며 “내가 사장인지, 편의점 체인 종업원인지 헷갈린다”고 토로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체인화 편의점 수는 지난 2006년 9,847개에서 2011년 2만1,879개, 2015년 3만1,203개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흔히 자영업자 과밀업종이라고 하면 치킨집이나 커피숍을 떠올리지만 국내 자영업 시장의 모순을 가장 극명히 드러내는 곳 중 하나가 편의점이다.
가게 운영이 어렵지 않고 초기비용도 다른 업종보다 낮아 손쉽게 창업할 수 있다는 매력에 은퇴 이후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편의점 점포 개설이 유행처럼 번졌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가 없듯’ 쉽게 창업한 만큼 돈 벌기도 어려웠다. 동네마다 불과 10m 거리를 두고 우후죽순 들어선 편의점만 봐도 알 수 있다.
편의점은 브랜드만 다르면 바로 옆에도 낼 수 있기 때문에 애초부터 사업영역을 보장받기란 불가능하다. IBK경제연구소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영업이익률은 5.2%로 치킨(15.8%)이나 커피전문점(10.4%), 한식전문점(9.8%)보다 턱없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최근 편의점 수가 급증하면서 편의점으로 돈 벌기는 점점 힘겨워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개별 편의점이 과당경쟁으로 고전하는 동안 편의점 가맹본부는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편의점은 수입맥주나 도시락 분야의 인기에 힘입어 식품군 매출이 16.3% 증가했다. 편의점 전체 매출은 10.5% 늘었는데, 백화점 매출이 1.9% 줄고 기업형수퍼마켓(SSM)과 대형마트가 각각 3.4%, 1.6%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돋보이는 실적이다.
지난 5년간(2010~2015) 편의점 가맹본부 매출은 115.8% 증가하며 두 배 이상 몸집을 불린 반면 가맹점주는 점포 수 급증으로 평균 매출 성장률이 16.2%에 그쳤다. 이 때문에 무수한 편의점 사장들이 사실상 가맹본부 직원이나 마찬가지라는 한탄의 소리가 들린다.
편의점의 또 다른 문제는 들어갈 때 쉬워도 빠져나오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 프랜차이즈 계약 기간을 지키지 못하면 편의점 설비비용을 가맹점주가 부담해야 해 매출이 줄어도 쉽게 가게를 없애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편의점을 가장 많이 창업한 연령대는 40대(전체의 34%)로 자칫 편의점 사업에 실패할 경우 다수의 중장년층과 그 가족들이 함께 몰락할 우려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본부 수익구조를 최대한 공개하고 영업시간 단축허용 기준을 개선하는 등 편의점 가맹점주를 위한 정책적 보완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결국 자영업자들이 손쉬운 창업보다 충분한 시장조사와 준비를 통해 가게를 여는 게 최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편의점은 마진율이 낮아 매출이 커도 수입은 영세하다”며 “편의점 특성에 맞춘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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