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다. 새로워서 혹은 친근해서, 볼거리가 많아서 혹은 쉬기 좋아서, 그저 유명 관광지라는 이유로 덩달아 찾아 떠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따금 단테의 고향 이탈리아 피렌체나 반고흐가 사랑한 도시 프랑스 아를처럼 ‘특별한 사람’ 때문에 특정한 도시로 이끌리는 발길도 있는데, 페소아의 리스본이 딱 그렇다.
페르난두 페소아는 1888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태어난 시인이지만 생전에 빛을 본 책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작가 사후 발견된 궤짝 안 원고들이 연구자들의 손을 거쳐 출간됐고 ‘불안의 서’ 같은 대표작이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카에이로, 레이스, 캄포스 등 여러 개의 필명을 쓴 페소아는 밀란 쿤데라, 주제 사라마구, 페터 한트케 등 작가들이 사랑하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남아프리카에서 유년기를 보낸 페소아에게 리스본은 그리움 그 자체였고 이 하루짜리 빠듯한 여행기 원고는 작가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극적으로 출간된 후 여러 외국어로 번역됐다. 원작과 달리 이번 한국어판에서는 본문에 등장하는 장소들을 구역별로 나눴다. 실제로 리스본으로 떠날지도 모를, 도보 여행으로 도시를 탐색하고자 하는 독자를 위한 나름의 배려다. 100년 전 여행정보를 원문대로 수록한 대신 주석으로 현재 정보와 그간 달라진 내용도 추가했다. 1만5,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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