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신체의 ‘자동운동’과 ‘수동운동’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자동운동이란 심장이 뛰고, 호흡을 하고, 소화가 이뤄지는 것과 같이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저절로 이뤄지는 운동이다. 우리가 생존하는데 가장 기초적으로 필요한 운동들이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 운동들만으로는 부족하다. 의식적으로 음식을 먹어야 하고, 몸을 움직여 신체의 기능들을 활성화 시켜줘야 한다. 우리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수동운동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운동과 의지대로 움직이는 운동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의 생존이 가능해진다.
우리가 노후생활을 영위하는데도 이와 비슷한 조화가 필요하다. 자동과 수동의 조화가 필요한 것이다. 여기서 자동이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말하고 수동은 개인연금을 말한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은 사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대부분 자동으로 쌓인다. 이는 노후생활 유지에 가장 기초가 된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의 의지가 반영돼 수동으로 준비해야만 하는 개인연금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국민연금은 자동연금이기 때문에 사실 우리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가입여부, 납입금액, 연금수령 등 거의 모든 것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다만 우리가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영역이 하나 있는데, 연금수령 시기를 일정 부분 조절할 수 있다. 물론 원칙적으로는 연금수령 시기도 정해져 있다. 연령별로 다르고, 1969년생 이후는 모두 65세부터 연금을 수령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 정해진 시기 안에서도 우리의 의지가 조금 반영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바로 조기노령연금제도를 활용해 최대 5년까지 빨리 받을 수도 있고, 연기연금제도를 활용해 최대 5년까지 늦춰 받을 수도 있다. 빨리 받을 경우에는 연 6%씩 연금액을 감액해 페널티를 부여하고, 늦춰 받을 때는 연 7.2%씩 연금액을 증액해 인센티브를 준다. 노후생활자금이 부족할 때는 조기노령연금 제도를, 반대로 여유가 있다면 연기연금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퇴직연금은 회사 주도의 자동연금이다.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납입 금액, 연금수령 시기 등이 사전적으로 정해져 있다. 그나마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영역은 연금의 운용주체를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금의 운용을 회사가 할 수도 있고(DB형), 자신이 할 수도 있다(DC형). DB형을 선택할 경우 연금의 운용은 회사가 하는 대신, 본인은 사전에 정해진 연금액을 받는다. 장기근속이 가능하고, 임금인상률이 높을 때 유리하다. DC형을 선택하면 회사는 사전에 정해진 만큼의 금액만 매년 직원의 퇴직연금 계좌에 넣어주고, 이에 대한 운용은 직원이 직접 해야 한다. 임금상승률이 낮고 직장이동이 빈번한 경우 선택하면 좋다. 이 같은 자동연금들로 부족한 부분을 수동연금인 개인연금으로 보충한다면 한결 여유로운 노후생활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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