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한 일자리 경제’를 국정전략으로 제시하면서 음식료주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책정되면서 저소득층의 음식료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1인 가구 확대로 가정간편식(HMR)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하반기 시장환경도 긍정적이어서 음식료주의 가파른 실적 상승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5대 국정목표의 하나로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제시하며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한 일자리 경제’를 국정전략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가계의 실질 소득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증권가는 이 같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음식료 소비를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은 전체 소비에서 저소득층의 음식료 소비를 크게 늘리는 효과를 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경우 전체 소득에서 음식료품에 지출하는 비중이 20.4%로 높지만, 2분위(15.6%), 3분위(14.2%), 4분위(12.7%), 5분위(11.1%) 등 소득이 높아질수록 지출 비중이 낮았다. 고소득층이 음식료보다는 숙박이나 교통, 교육 등에 많은 지출을 하는 것과 달리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가장 큰 수혜를 입는 저소득층은 음식료에 대한 지출 비중이 높은 것이다. 조미진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 근로자의 소득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 음식료 소비가 먼저 올라올 전망”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하루 8시간씩 주 40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소득은 내년에 월 22만1,540원 늘어나는데 이에 따라 가구당 내년 음식료 소비는 164만8,258원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기초연금 인상 등의 복지정책 확대도 음식료 소비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복지비 확대 역시 최저임금과 마찬가지로 음식료 지출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기초연금이 도입되면서 1분위의 음식료비 지출은 평균 약 13% 증가했다. 육류에 대한 지출이 53.3%로 가장 많이 늘었으며 유제품 및 알(32.1%), 주스·기타음료(21.1%), 유지류(18.4%) 등의 순이었다.
계속되는 1인 가구의 증가도 음식료주를 미소 짓게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음식료 지출 비중은 18%로 2인 이상 가구(13.7%)보다 4.3%포인트 높았다. 반면 음식·숙박이나 교통, 의류·신발, 통신 등에서는 2인 이상 가구의 지출비중이 1인 가구를 앞섰다. HMR 등 1인 가구용 제품의 매출 증가가 기대되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2조원 수준에 머물렀던 HMR 매출액은 내년에 4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양해지는 유통채널 변화도 음식료 산업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과거 대형마트나 백화점 식품관 등에 한정됐던 유통채널은 현재 이를 넘어 편의점, 온라인 등으로 확대되고 있어서다. 조 연구원은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그동안 온라인 구매의 불모지였던 신선식품과 냉동제품의 매출까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편의점의 성장은 음식료 쇼핑의 시간과 거리를 단축하는 방식으로 외식으로 이탈할 수 있는 소비층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시장환경도 좋다. 먼저 많은 음식료 기업이 이미 가격 인상을 마친 점이 긍정적이다. 올 들어 동원F&B(049770)와 롯데칠성(005300), 삼양식품(003230), 롯데푸드(002270) 등이 참치 통조림과 탄산음료, 라면 가격을 인상했으며 지난해에는 하이트진로(000080)와 OB맥주, 농심(004370), 해태제과 등이 자사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가격 인상은 대개 영업이익 증가를 이끄는 만큼 음식료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에 기대를 하게 한다. 대표적으로 동원F&B는 2012년 7월 제품가격 인상을 시행한 뒤 이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약 70% 가까이 상승하는 효과를 낳았다.
이 밖에 신정부 출범으로 인한 소비자심리지수 개선도 식품 출하량 증가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또 중국을 제외한 주요 수출국에서 계속 상승할 것으로 이어지는 음식료 기업들의 수출 성장과 원화 강세 등도 이들 기업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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