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중국 네이멍구 주르허 훈련기지에서 열린 중국 인민해방군 90주년 기념 열병식을 주도하며 당과 군의 완벽한 장악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중국 정가에서는 올여름 전현직 지도부가 모여 차세대 지도부 인사를 조율하는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시 주석이 공산당 주석직을 부활시켜 집권 연장 기반을 만드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가을 지도부 인사와 맞물려 있는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시 주석의 군과 당권 장악이 공고해지면서 중국은 본격적인 시진핑 ‘1인 천하’의 길로 들어서는 모습이다.
아시아 최대 군사 훈련기지인 네이멍구 주르허 훈련기지에서 열린 이날 열병식은 오전9시(현지시각) 얼룩무늬 위장복을 입은 시 주석이 부대를 사열하면서 시작돼 1시간15분여 동안 진행됐다. 시 주석은 연설을 통해 “중국 특색의 강군의 길을 걸어나가자”며 “우리 군대는 모든 적을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열병식에는 당초 장쩌민 전 국가주석 등 일부 국가 원로들이 참석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이날 행사는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하는 시 주석 중심으로 치러졌다. 시 주석은 지난 2015년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 때와는 달리 이날 전투복을 입고 참석해 군권 장악의 의지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열병식에 참석한 병사들은 사열하는 시 주석에게 기존에 쓰던 ‘서우장하오(首將好)’라는 구호 대신 ‘주시하오(主席好)’를 외쳤다. 서우장하오는 사열하는 고위 인사들에게 부치는 호칭이지만 주석하오는 시 주석에게만 유일하게 부치는 호칭이다. 이 역시 군권을 장악한 시 주석의 1인 집권체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의도된 연출일 가능성이 높다. 취임 이후 집권 1기 5년간의 기간 동안 군체제의 지속적인 개편을 주도한 시 주석의 군 장악력은 마오쩌둥 이후 최강으로 평가된다.
열병식에는 총 1만2,000여명의 병력과 129대의 항공기, 571대의 군 장비가 동원됐다. 이날 동원된 무기 중 40%는 처음 공개되는 장비였다. 일반 전역전술 미사일뿐만 아니라 핵탄두를 탑재해 전략무기로도 쓰일 수 있는 핵상겸비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31AG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 열병식이 베이징 톈안먼이 아닌 곳에서 진행되는 것은 1981년 화북 군사훈련 기간에 치렀던 열병식 후 36년 만이다. 1949년 신중국 성립 이래 중국군이 처음으로 8·1 건군절에 치르는 열병식이기도 하다. 10월 말로 예정된 당대회를 앞두고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하고 있는 시 주석이 군 통수권자로서 위상을 강조하겠다는 의도가 뚜렷하게 엿보이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열병식이 미국과의 대립, 남중국해 분쟁 등 국제 안보 현안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지만 중국 국방부는 “주변 정세와는 관련이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 주석이 올여름 공산당 전현직 지도부가 참석하는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1982년 폐지된 공산당 주석 자리를 부활하는 방안을 포함한 당 조직 개혁방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당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리잔수 중앙판공청 주임이 주석직 부활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방침이며 68세 이상의 간부는 은퇴하는 정년제도도 재검토될 것으로 전해졌다. 당 주석직이 부활되면 2012년 당 총서기에 오른 시 주석이 2기를 완료하는 오는 2022년의 당대회 이후에도 당 주석직을 맡아 최고지도자로서 지배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현행 중국 공산당 규정에 따르면 국가주석과 당 총서기는 한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마오 전 국가주석은 1945년부터 1976년까지 당 주석을 맡았다. 옛 헌법에서는 당 주석이 무장 역량을 통솔한다고 규정해 당과 군에 대해 강력한 권한을 갖도록 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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