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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증세 움직임에...신탁시장 뜬다

"자산관리에 상속·증여 지원"

신영증권 '헤리티지 서비스'

NH투자 '아껴주는 증여신탁' 등

금융권, 절세상품 잇달아 선봬





자산가 A씨는 70대에 접어들면서 슬슬 상속·증여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녀가 함부로 재산을 탕진하지 못하도록 여러 차례에 걸쳐 증여하면서 세금을 절감하는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탓이다. A씨가 찾은 해답은 증권사·은행 등에서 판매하는 유언대용신탁. 이를 통해 10억원을 매년 1억씩 10년에 걸쳐 물려주면 총 증여세가 2억900만원에서 1억7,500만원으로 줄어든다. 미래에 증여할 현금을 현재 시점에서 3% 할인 평가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3,400만원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부자 증세’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금융권에서도 이 같은 유언대용신탁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절세 상품을 활용할 수 있는 소득세율, 적용 대상자가 한정적인 대주주 주식양도차익 세율보다는 증여·상속세를 아끼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신영증권은 ‘리빙 트러스트(Living Trust)’를 모토로 유언대용신탁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자산가의 일생과 후대까지도 책임지는 신탁(Trust)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올 초 종합자산관리·유언대용신탁뿐만 아니라 기부·공익재단 설립까지 도와주는 ‘패밀리 헤리티지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내년 중 완성을 목표로 수십 억원을 투자해 신탁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아직까지는 다른 금융상품과 마찬가지로 가입자 본인의 세대만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지만 가입자의 자녀, 손자녀까지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보험·세무·법·회계 등 신탁 사업에 필요한 전문 인력도 잇따라 영입하고 있다.

NH투자증권도 ‘아껴주는 증여신탁’ 등의 상품을 내세워 자산가 마케팅에 한창이다. 맡긴 자산은 가입자의 운용 지시에 따라 국고채·지방채 등 안정적인 자산으로만 운용된다. 대부분의 유언대용신탁 상품은 최소 가입금액이 5억~10억원이다. 다만 신영증권은 이를 5,000만원으로 낮춘 신탁 상품도 판매 중이다.



다양한 수요를 겨냥한 하이브리드 유언대용신탁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치매 안심신탁’을 출시해 주목받았다. 여타 유언대용신탁과 마찬가지로 자산관리·상속 지원 서비스가 기본이지만 가입자가 치매 판정을 받으면 초기부터 중증까지 단계별로 병원비·생활비를 지급하는 등의 서비스까지 추가됐다. KB국민은행의 ‘KB펫 신탁’은 가입자가 사망하거나 아파 반려동물을 돌보지 못할 때 미리 지정된 새 보호자에게 부양 비용을 지급한다.

아직까지 국내 유언대용신탁 시장의 규모는 5,000억원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일본 등과 달리 신탁 상품 광고가 금지돼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탓이다. 다만 여러 세대에 걸친 자산 관리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시장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오영표 신영증권 신탁부장은 “오는 2020년까지 유언대용신탁 시장 규모가 2조원 규모로 증가할 것”이라며 “그만큼 투명하게 관리되는 재산이 늘어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근 유언대용신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일본의 경우에도 미쓰비시UFJ신탁은행 한 곳에만 최근 3년 동안 10조원이 몰리는 등 인기가 급증하고 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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