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영업 시작 5일 만인 31일 오후 1시 개설 계좌 100만개를 돌파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7일 오전7시 일반인을 상대로 한 계좌 개설 업무를 시작했으며 약 102시간 만에 계좌 100만개라는 실적을 냈다. 1시간에 계좌 9,800개의 속도로 단숨에 인터넷 금융 시장을 장악했다.
카카오뱅크는 저금리 대출은 물론 1억5,000만원에 달하는 은행권 최고 대출로 40~50대 직장인들을 빠르게 빨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온라인 재테크 관련 웹사이트나 카페에서 카카오뱅크의 직장인 대출 한도 조회와 신청 후기가 수없이 쏟아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앱으로 계좌를 개설한 후 별도의 서류 제출 없이 바로 대출 한도와 금리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직장인들이 경쟁적으로 대출 한도를 조회,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고객이 카카오뱅크에서 대출 한도를 조회할 때 신용정보를 제공하는 나이스신용평가가 과부하가 걸린 것도 이 같은 수요가 폭증한 영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30~40대 직장인들이 너도나도 카카오뱅크에 가입해 대출 조건 조회를 해보는 것은 카카오뱅크가 별도의 서류 제출 없이도 국세청 홈택스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개인 정보를 받아와 바로 한도와 금리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에 재미 삼아 대출 한도를 조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재직증명서와 원천징수영수증 등 각종 서류를 갖춰 은행 창구를 방문해야 겨우 자신의 대출한도와 금리를 알 수 있었지만 카카오뱅크가 이 같은 절차를 생략한 탓에 열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년차 직장인 정모(28)씨는 “예전에 전세금을 충당하기 위해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려 했는데 회사에서 재직증명서를 떼는 데만 2~3일이 걸렸고 이후 연차를 써서 시중은행에 방문하고도 대출 실행까지 며칠이 더 걸렸다”며 “이에 비하면 카카오뱅크의 대출은 ‘알파고’와도 같다”고 평가했다.
직장인들의 대출 금리·한도 조회 러시는 곧바로 신규 대출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1시 현재 카카오뱅크의 여신(대출)은 3,230억원, 수신은 3,440억원으로 집계됐다.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만 178만건에 달한다.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카카오뱅크가 화제의 중심에 오를 정도의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연예인이나 스포츠맨도 아닌 신생 은행이 사회 전반적인 이슈가 되기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각종 온라인 포털사이트에서도 당장 대출이 필요하지 않은데도 일단 한도를 조회해봤다는 사람들의 경험담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용우·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모바일 기반으로 복잡한 은행 과정을 단순화한 카카오뱅크의 간편함과 편리성이 단기간 내 100만 계좌 개설로 이어진 것 같다”며 “계좌 개설 수, 여수신액 등의 수치적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고객의 입장에서 불편함을 해소하는 서비스를 추가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옥의 티도 있다. 가입자가 쇄도하는 가운데 상담 기능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고 대출 금리가 낮고 저신용자에게도 대출을 해주다 보니 벌써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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