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미국에서 램시마와 트룩시마에 이어 허쥬마에 대한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내년 상반기 허쥬마에 대한 품목허가를 받게 되면 셀트리온은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3각 편대’를 완성하고 본격적인 공략에 나설 수 있게 된다. 특히 세 제품의 오리지널 의약품 매출은 지난해 231억 달러(약 26조원)에 달해 유통을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의 실적도 내년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31일 셀트리온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28일 유방암 치료용 항체 허쥬마에 대한 품목허가신청을 받아들였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품목허가를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품목허가 예비서류를 신청한 지 2개월 만에 검토요청을 승인한 것으로 통상 심사에 1년 가량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쯤 정식허가가 날 것으로 보인다.
허쥬마가 내년 상반기 승인을 받으면 셀트리온은 앞서 출시한 램시마와 승인 심사 중인 트룩시마까지 더해 세계 최초로 3종의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미국에 선보이게 된다. 바이오의약품 본고장인 미국에서 시장 주도권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명실상부한 바이오시밀러 글로벌 1위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다지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셀트리온의 빠른 행보에 대해 업계는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은 까다로운 FDA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유럽에서 먼저 판매를 시작해 임상자료를 확보한 후 미국에 진출한다”며 “램시마와 트룩시마 모두 유럽에서 정식 판매를 개시한 뒤 미국에 판매 허가를 신청했는데 허쥬마는 유럽에서 최종 승인 과정 중에 미국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경쟁구도를 의식해 미국 출시를 서두른 것 아니냐”고 말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9월 유럽에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SB3’의 판매 허가를 신청했다. 최종 승인까지 변수가 있지만 셀트리온보다 1개월가량 빨라 유럽 최초 허셉팁 바이오시밀러가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그래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아직 출사표를 내밀지 않은 미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출시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 첫 제품을 일컫는 ‘퍼스트 무버’가 주도권 확보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실제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유럽에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와 플릭사비를 판매 중인데 지난 1·4분기 매출에서 램시마는 6,100만 달러를 기록한 반면 플릭사비는 60만 달러에 그쳤다. 램시마는 플릭사비보다 3년 먼저 유럽에 출시하면서 시장점유율을 42%까지 높이면서 원조인 레미케이드의 아성까지 넘보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충분한 준비 없이 판매 허가를 신청했다가 심사에서 탈락하면 후순위로 밀려나기 때문에 허가신청에 신중하다”며 “유럽에서 아직 최종 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을 가지고 조기에 미국 시장을 두드리는 것은 그만큼 셀트리온이 자신이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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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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