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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퍼스트 무버]네이버, 검색부터 금융·자율주행차까지...기술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 중





한성숙 네이버 대표/사진제공=네이버




네이버는 지난 6월 프랑스 그르노블에 위치한 첨단기술 연구소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을 인수하고 명칭을 ‘네이버랩스 유럽’으로 변경했다. 네이버랩스 유럽 전경. /사진제공=네이버


국내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네이버가 업종과 국경 등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시도로 이른바 ‘지도에 없는 길’을 개척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를 기반으로 한 주력 사업 검색 서비스뿐만 아니라 금융, 인공 지능(AI)과 자율주행차 등 첨단기술, 온라인 쇼핑과 빅데이터 사업까지 아우르는 ‘광폭 행보’를 이어가면서 국내 4차 산업혁명 변화를 주도하는 모양새다.

네이버는 지난 6월 이사회를 열고 5,000억원 규모의 미래에셋대우(006800) 자사주 매입, 4,000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립,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 인수 등 대규모 투자안건을 한 번에 의결했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시장과 글로벌 경쟁자를 따라잡기 위해 파격적으로 의사 결정을 내린 것이다.

네이버가 미래에셋대우와 손잡는 방식도 이례적이었다. 자사주를 맞교환하는 블록딜(시간 외 대량 주식매매)을 진행하는 형태로 포괄적 제휴를 맺었다. 이는 기존 ICT 기업이 금융사 등과 제휴를 맺을 때 특정 사업·상품에 한해 협력을 모색하거나 합작법인(조인트벤처)를 세웠던 것과 다른 모양새다.

사업 영역을 넘나드는 네이버의 행보는 이해진 창업자가 지난해 10월 한성숙 서비스총괄 부사장을 신임 대표에 내정하면서 예고됐다. 한성숙 대표는 “네이버를 검색 사업자에서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발표한 뒤 처음 약속 그대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한성숙 대표의 발표 이후 네이버는 AI와 자율주행차 등 이동통신사나 자동차 업체에서 시도할 법한 첨단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AI 플랫폼 ‘클로바’를 탑재한 음성 비서 스피커 ‘웨이브’는 이미 일본 시장에서 시범 판매되고 있고 한국에서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서비스 중이다.



아울러 AI를 기반으로 한 ‘신경망 번역(NMT)’ 기술을 적용한 번역 서비스 ‘파파고’는 PC와 모바일을 통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구글 번역기와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네이버 서비스의 곳곳에서 자체 AI 플랫폼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네이버의 연구개발(R&D) 전문 자회사 네이버랩스의 자율주행차는 이미 지난 2월부터 국토교통부로부터 도로주행 임시허가를 받아 운행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사보다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속도가 빠른 편이다.

네이버가 인수한 뒤 ‘네이버랩스 유럽’으로 명칭을 바꾼 프랑스에 있는 연구소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은 첨단기술 연구개발(R&D)의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했다. 네이버랩스 유럽 소속 연구원들은 지난달 세계 최대 비전·패턴 인식 국제 학술대회 ‘CVPR’에서 AI·로봇 기술 관련 총 4편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네이버가 CVPR에 제출한 5편의 논문 중 80%의 비중을 네이버랩스 유럽이 차지했다.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네이버랩스 대표는 “네이버랩스 유럽과의 연계를 통한 R&D로 의미 있는 기술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마존과 IBM·마이크로소프트(MS)·오라클 등 세계적 업체가 과점 중인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이 한글을 기반으로 한 편리한 사용자환경(UI) 등을 무기로 점유율을 조금씩 넓히는 추세다. 네이버는 강원도 춘천에 이어 경기도 용인에 총 4,800억원을 투입해 제2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투자 계획을 지난 6월 밝히기도 했다. 빅데이터 가공을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사업을 더 확장하기 위해 마련한 포석이다.

AI와 자율주행차, 클라우드 서비스 등이 네이버의 중장기 미래를 책임질 첨단기술 서비스라면 e커머스(전자상거래)는 당장 네이버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될 수 있는 먹거리 분야다.

네이버는 풍부한 상품 검색 데이터베이스(DB)와 간편 결제(네이버페이) 연동 기능 등의 장점을 활용해 기존 오픈마켓과 소설커머스를 능가하는 쇼핑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검색 기업에서 운영체제(OS) 및 AI 분야의 대표 기업으로 거듭난 구글과 서비스에 첨단기술을 접목해 단순 e커머스 업체에서 월마트를 능가하는 ‘유통 공룡’으로 진화한 아마존을 본보기로 삼아 세운 사업 전략이다.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생태계 조성에도 네이버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계 벤처투자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와 AI 등 첨단기술 산업 투자를 위한 총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포괄적 제휴를 맺은 미래에셋그룹과는 지난해 12월 각각 500억원씩을 출자해 1,000억원 규모의 4차 산업혁명 투자 펀드를 만들었다. 기술 뿐만 아니라 콘텐츠 분야 투자에도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YG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YG인베스트먼트가 조성하는 미디어 콘텐츠 투자 펀드에도 500억원을 투입했다. 연예 콘텐츠 강화를 통해 유튜브·넷플릭스 등 세계 주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지난해 9월에는 웹 드라마와 예능 등 5개 콘텐츠 제작 분야에 3년 동안 15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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