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일 올해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서경펠로들은 법인세는 현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어떤 식으로든 법인세율을 올리면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주고 경기침체와 고용감소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더 걷은 세금이 주로 쓰이는 복지와 고용(일자리 지원) 분야 예산 급증도 향후 재정 운용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봤다.
서울경제신문이 1일 창간 57주년을 맞아 42명의 서경펠로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법인세율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41명)의 41.5%가 ‘현상유지’를 골랐다. 현재 세율(최고 22%)을 계속 적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음으로는 ‘1~2%포인트 인상’과 ‘과표구간 신설(예:2,000억원 이상 25%)’이 19.5%씩 나왔다. 일정 부분 증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자증세의 또 다른 축인 소득세 인상에 대해서는 ‘소득 5억원 초과자에 대한 세율 42%로 인상’이 43.9%로 1위였다. ‘3억원 초과자 40% 부과’는 39.0%였다. 법인세와 달리 소득세의 경우 ‘현상유지’는 17.1%에 그쳤다. 이를 종합하면 증세를 하더라도 법인세는 최대한 손대지 않고 초고소득자의 경우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같은 맥락에서 부자증세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6.3%가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거의 필요하지 않다’는 답변도 24.4%에 달했다. 부자증세가 필요하지 않은 이유로는 ‘경제위축 가능성(50%)’이 첫손에 꼽혔다. 면세자 축소 같은 형평성 제고작업이 우선이라는 답도 33.3%였다.
앞으로 5년간 자연 세수 확보 규모에 대해서는 33.3%가 ‘50조~60조원’으로 점쳤다. 정부는 총 178조원에 달하는 공약이행 재원 규모를 밝히면서 자연 세수 증가분을 5년간 60조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60조원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숫자라는 지적이 많았다. 서경펠로들의 경우 정부 전망과 비슷한 수준에서 세수의 자연증가가 이뤄질 것으로 본 셈이다. ‘60조원 초과’라고 응답한 비율도 19.0%였다. 둘을 합치면 절반이 넘는 52.3%가 60조원 안팎의 자연 세수 증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봤다. 물론 ‘추정이 불가능하다’는 답도 16.7%나 나왔다. 4~5년 뒤 예상을 현시점에서 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의미다. 이 외에 ‘30조~40조원’은 11.9%, ‘20조~30조원’과 ‘10조~20조원’은 각각 4.8%씩 나왔다. 응답자 21.5%는 정부 전망의 절반 이하 정도만 자연 세수 증가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자연 세수 증가분에 대한 예측이 틀리면 대규모 재정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경펠로들은 재정과 관련해 복지와 고용 분야의 재정 소요 증가 속도가 빠르다고 입을 모았다. 나라살림에 부담이 되는 분야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2.4%가 ‘복지’를 꼽았다. ‘고용’은 26.2%로 2위였다. 지난달 말 정부가 공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인 재정의 분배개선율(2015년 13.5%)을 20%대로 올리기로 했다. 조세정책도 일자리 창출과 소득분배에 역점을 둘 예정이다. 현재 3조원 규모의 최저임금 인상분 일부 지원을 포함해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밝힌 공약 이행에 필요한 돈만 20조원이 넘는다. 이런 정부의 정책 추진 속도가 과도하다는 게 서경펠로들의 분석이다. ‘경제개발’과 ‘국방’ ‘교육’은 각각 7.1%에 그쳤다. ‘경제개발’은 중소기업·벤처 지원 확대를, 국방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예산 비중을 국내총생산(GDP)의 2.9%로 높이겠다고 한 발언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은 무상교육 같은 지원 확대가 주요 고려 요소다.
급격한 지출확대로 본격적인 증세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릴 경우에는 부가가치세와 법인세부터 올려야 한다고 서경펠로들은 제안했다. 복지확대로 증세가 불가피할 때 가장 먼저 인상해야 하는 세수 항목을 묻자 ‘부가가치세’라고 답한 비율은 22.0%였다. 정부는 부가세 인상은 아직까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부가세는 물품이나 서비스에 붙는 간접세로 부가세를 올리면 모든 국민의 세부담이 늘어난다. ‘법인세’를 선택한 사람도 부가세와 같은 22.0%였고 ‘상속·증여세’는 17.1%였다. ‘소득세’와 ‘부동산 관련 세제’를 고른 이는 각각 14.6% 수준이었다. 금융소득세 인상을 거론한 비율은 7.3%였고 경유세를 비롯한 기타 항목은 2.4%에 불과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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