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의 건설 일시 정지를 계기로 탈(脫)원전 정책에 대한 찬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탈원전으로 전력 대란이나 전기료 폭탄이 발생한다는 주장은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있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경제신문 펠로 역시 탈원전 정책에 대한 ‘방향성이 틀렸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창간 57주년을 맞아 서울경제신문이 서경펠로 42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4.8%(23명)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방향성이 틀리다’고 평가했다. ‘방향성이 맞다(31.0%)’ ‘모르겠다(14.3%)’는 응답을 압도했다. 한국갤럽(지난 7월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이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원자력발전을 이용하는 것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59%, 반대한다는 의견이 32%로 집계된 것을 참고해보면 원전의 활용성을 두고 전문가와 일반 시민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셈이다.
‘방향성이 틀리다’고 응답한 서경펠로단 23명 중 39.1%는 그 이유로 ‘졸속 결정 및 추진’을 꼽았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법적 지위가 불안한데다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결정을 내리는 것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또 17.4%는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고 ‘국토 면적 등 우리나라 실정 미반영(13.0%)’ ‘신재생에너지 기술의 미완(13.0%)’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탈원전 정책의 결과로 예상되는 전기요금 인상이나 전력공급 차질 등에 대한 우려보다는 의사결정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더 많은 셈이다. 설문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급격한 정책 집행보다 정책의 효과 등을 감안해 점진적·단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가의 장기적 성장기반을 훼손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년 단임제에서 탈원전 등 중차대한 국가적 과제를 서둘러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협상을 요구해온 배경을 묻는 질문(40명 응답)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내 정치적 지지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응답이 51.2%로 가장 많았다. 미국의 무역 적자 폭 축소(34.1%), 중국에 대한 간접 견제(12.2%)가 뒤를 이었다. 미국이 한미 FTA 재개정 협상에서 요구해올 분야(복수 응답)로는 자동차(31.1%), 철강(24.4%), 서비스업(14.4%) 등을 꼽았다.
외교통상 분야의 한 서경펠로는 “미국에서는 철강과 자동차 등을 물고 늘어질 텐데 철강 덤핑은 중국에서 하는 것이고 자동차가 우리나라에서 잘 안 팔리는 이유는 인기가 없기 때문이라는 점을 명확히 설명하면서 대응해야 한다”며 “상품교역은 우리가 이득이지만 서비스, 관광 수지, 또 무역 통계에 잡히지 않는 무기 거래까지 종합적으로 손익계산서를 마련해 내밀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성공하고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33.3%가 미국·일본 등과 협력 공고화를 꼽았다.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대화 추진(26.2%), 중국에 대한 압박(21.4%)과 추가적인 고강도 제재(14.3%)를 주문하는 답변도 다수였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는 기존 2기 배치와 추가 4기 배치 모두 찬성한다는 의견이 68.3%(41명 응답)로 압도적이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잇단 도발로 사드 발사대 4기를 임시 배치할 것을 지시한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셈이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을 중단시키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중국 지도부를 설득해야 한다(47.6%)는 의견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28.6%)는 의견이 많았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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