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8%’.
애경그룹 계열 항공사 제주항공의 2·4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이다. 2·4분기가 비수기인데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에 따른 중국 노선 타격을 감안하면 믿기지 않는 수치라는 평가다.
제주항공은 2·4분기 영업이익이 162억원으로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고 3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6억원)보다는 2,448%(27배) 급증하며 12분기 연속 영업이익 행진을 이어갔다. 매출액도 2,280억원으로 40.7% 늘었다. 보통 항공업계의 비수기인 2·4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되며 상반기 매출액 4,682억원, 영업이익 43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9.7%, 167.6%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9.3%를 기록했다. 제주항공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우선 항공업계의 성수기와 비성수기 구분이 희미해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겨울휴가와 여름휴가 사이에 낀 2·4분기를 항공사들은 보릿고개라고 부른다. 하지만 최근 휴가를 자유롭게 쓰는 기업 분위기에 올해는 5월 황금연휴까지 겹치면서 수익 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 제주항공은 항공수요가 적은 2·4분기와 4·4분기 항공권 가격을 낮춰 탑승률을 끌어올리는 노력이 효과를 봤다.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통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한 점도 이유다. 앞좌석 유료 판매나 유료 기내식 및 기내 에어카페 운영, 유료 수화물이 대표적이다. 기존 국적 항공사들의 사업 모델을 개편한 것. 아울러 3월부터 본격화된 사드 보복 등 외부변수에 유연하게 노선을 운용하고 수요가 많은 국제선 위주의 공급 확대, 단일 항공기 모델을 통한 효율성 향상, 규모의 경제 실현에 따른 고정비용 분산, 공격적인 기단확대 및 인력채용 등 선제적 투자도 영업익 개선을 이끌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회사 설립 12년, 취항 11년인 올해 일찍 떠나는 휴가문화 정착 등을 이끌어내는 등 새로운 실험을 많이 했다”면서 “현재 29대를 운용 중인 항공기 보유 대수를 연말까지 32대로 늘리고 오는 2020년까지 매해 6대 이상의 항공기 도입을 통해 연간 탑승객 수 1,000만명 시대를 열어 중견 국적항공사의 입지를 굳건히 다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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