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애플을 제치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의 왕좌를 차지할 수 있을까.
올 상반기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신작 ‘갤럭시S8’의 흥행에 힘입어 북미 시장 점유율과 전체 영업이익률 등 주요 지표에서 경쟁자 애플을 맹추격하며 ‘골든크로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음 달 출시 예정인 애플 ‘아이폰8’ 흥행 여부에 따라 시장 상황은 유동적이지만 삼성 역시 ‘갤럭시노트8’을 무기로 공격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어 손에 땀을 쥐는 흥미진진한 싸움이 펼쳐질 전망이다.
3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북미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33.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애플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지난 분기 대비 8.4%포인트나 껑충 뛰어오르며 애플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삼성전자가 북미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2·4분기 이후 꼭 1년 만이다. 당시에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7’ 출시를 계기로 점유율(29.7%)을 끌어올렸다. 올해는 지난 2014년 2·4분기 이후 무려 3년 만에 점유율 30%의 벽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시장 점유율 상승뿐만 아니라 재무지표의 질이 크게 개선됐다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의 2·4분기 영업이익률은 23.1%에 달했다. 애플의 영업이익률(23.7%)을 턱 밑까지 추격한 것이다. 영업이익률은 기업의 사업 효율성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로 그동안 삼성전자는 20%를 밑돌며 질적 성장 면에서는 애플에 뒤처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물론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업에 주력하는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 호황이 전체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포함된 무선사업부(IM)로 범위를 좁혀 살펴봐도 지난 2013년부터 내리막길을 걷던 무선사업부 영업이익률이 이번 2·4분기에 13.5%로, 전 분기 대비 4.7%포인트나 늘어났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3·4분기에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이 애플을 앞설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내놓고 있다.
변수는 애플과 삼성전자가 내달께 내놓을 신작 스마트폰의 흥행 여부다. 애플은 아직 ‘아이폰8’의 구체적인 출시 일정을 확정짓지 않았지만 다음 달 중 선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이폰8’은 애플이 ‘아이폰 시리즈’ 출시 10주년의 의미를 담아 제작하는 기기로 파격적인 디자인과 혁신적인 기술이 담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단 5.8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채택과 3차원(3D) 안면 인식 기술 적용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올해 4·4분기 ‘아이폰8’ 출하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내년 1·4분기께 애플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미국 뉴욕에서 오는 23일(현지시간) 공개할 또 다른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으로 맞불을 놓는다는 전략이다. 갤럭시노트8의 공개 일정을 처음보다 열흘 앞당긴 것도 글로벌 시장에서 아이폰8의 대기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전략적 조처다. 갤럭시노트8은 ‘노트 시리즈’의 핵심인 ‘S펜’ 기능이 전작보다 대폭 강화되고 베젤(테두리) 최소화를 통해 화면 크기를 키운 점이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힌다. 스마트폰 후면에 렌즈가 2개인 ‘듀얼카메라’를 장착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박강호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지난해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 이후 삼성전자가 신뢰성을 얼마만큼 회복했느냐가 갤럭시노트8 흥행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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