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제조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 있었다. SK하이닉스가 2·4분기 매출 6조6,923억원, 영업이익 3조507억원을 거두며 45.6%의 어마어마한 영업이익률을 낸 것이다. 1만원짜리 제품을 팔아 무려 4,600원가량을 남긴 것으로 이 같은 영업이익률은 전 세계 제조업계 역사를 뒤져봐도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스마트폰 사업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올리는 애플의 역대 최고 영업이익률 35.3%(2012년)를 크게 앞선데다 반도체 전통 강자인 마이크론(35.3%)과 인텔(27.0%)의 영업이익보다도 훨씬 우위에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제외하곤 영업이익률 면에서 사실상 적수가 없는 셈이다.
이처럼 SK하이닉스가 유례없는 성과를 거둔 것은 시설과 사람에 대한 압도적 투자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1983년 현대전자산업주식회사로 시작한 후 약 35년의 세월 동안 위기 때 오히려 투자에 나서고 인재육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회사의 경영 전략이 오늘날 눈부신 결과의 근간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2012년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한 후 회사 목표에 전사 직원이 전력 투구하는 문화를 깊게 이식함으로써 ‘딥 체인지’가 가속화됐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매년 우상향 곡선을 그린 과감한 투자가 회사의 잠재력을 극대화했다. 2003년 7,400억원에 머물던 시설투자액은 이듬해 1조8,000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13년까지 매년 1조~4조원대를 유지했다. 특히 SK그룹 인수 당시 반도체 업황이 불투명해 업계 투자가 축소되는 상황에서도 최태원 회장의 결단으로 SK하이닉스는 오히려 시설투자를 10% 늘린 3조8,500억원을 집행했다. 이후 공격적 투자가 확대되며 △2013년 3조5,600억원 △2014년 5조2,000억원 △2015년 6조6,500억원 △2016년 6조2,900억원으로 불어났다. 특히 올해는 연초 계획했던 7조원 투자에서 9조6,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한 해 영업이익을 웃도는 시설투자와 매년 1조~2조원 이상의 연구개발(R&D) 투자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이 탄생했고 글로벌 파트너의 주문이 잇따랐다. 2014년 4월 세계 최초로 최대용량인 128GB DDR4 모듈을 개발해 차세대 서버 시장에서의 기술 경쟁력을 증명했고 2017년 1월에는 세계 최대 용량의 초저전력 모바일 D램인 LPDDR4X(Low Power DDR4X 모바일 D램)를 출시했다. 낸드플래시 역시 올 1·4분기에는 72단으로 적층된 4세대 제품인 3D 낸드 플래시 개발을 완료하고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7월에는 파운드리 전문기업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를 출범시켜 4차산업 시대의 핵심 먹거리인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는 중이다.
‘인재 제일’ 경영도 SK하이닉스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었다. SK하이닉스는 올 초 사내대학인 SKHU를 출범시켰는데 이는 기존 SK하이닉스 내부적으로 이뤄졌던 직원역량 교육의 시스템을 더 강화하기 위해서다. 반도체 현장에서 20년 이상 일한 임원급 전문가들을 사내 교수로 선발했고 신입사원은 선임을 거쳐 책임을 달기까지 8년가량의 ‘의무 교육’을 받으며 시험까지 치러야 한다. 특히 회사 혁신을 위한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가능한 사내 인트라넷 ‘상상타운’에서 놀라운 결과물이 탄생했다. 2014년 상상타운 오픈 이후 26만건의 혁신 제안이 있었고 이 가운데 73%인 19만건의 아이디어가 업무에 반영됐다. 일례로 모 직원의 제안으로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 테두리 불량률을 개선하는 작업이 진행됐는데 그 결과 웨이퍼 테두리 수율이 10% 이상 향상됐고 연 2조원가량의 매출 향상 효과를 거뒀다는 설명이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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