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의 재미(Sheer Driving Pleasure)’. BMW가 강조하는 철학이다. 단단한 차체에 민첩한 조향, 폭발적인 가속 성능을 기본적으로 모든 차급에 반영한다. 그 중에서도 작지 않은 크기에 낮은 무게 중심, 매끄러운 쿠페형 차체를 지닌 4시리즈는 이 같은 BMW의 철학을 담기에 가장 적당한 모델이다. 기아자동차가 최근 고성능 쿠페형 세단 ‘스팅어’를 출시하면서 경쟁 모델로 BMW 4시리즈 쿠페를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부산 힐튼호텔과 울산 간절곶을 오가는 약 60㎞ 구간에서 2013년 출시 이후 4년만에 부분변경된 BMW 4시리즈 그란쿠페 420i 모델(사진)의 운전대를 직접 잡았다.
뉴 4시리즈의 겉모습은 한층 스타일리시해졌다. 우선 전면부의 공기 흡입구를 옆으로 갈수록 커지도록 바꿔 강렬한 인상을 입혔다. 헤드라이트 역시 기존 원형에서 육각형으로 바꿨고, 상단에 얇고 긴 방향지시등을 얹어 날렵한 느낌을 준다.
동부산IC를 통해 고속도로에 진입해 가속페달을 꾹 밟았다. 2,000cc 엔진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몸이 뒤로 넘어가는 느낌을 주며 치고 나갔다. 184마력의 최고출력과 27.6㎏·m의 최대토크의 힘은 7.6초의 공식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보다 더 빠른 체감 가속력을 줬다.
고속도로를 빠져 나온 후 해안도로에서는 BMW가 강조하는 운전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서스펜션이 기존 모델보다 단단해졌고, 차체를 3시리즈에 비해 14~22㎜ 낮게 설정한 덕분이다. 그만큼 민첩성이 좋아졌고 코너 구간에서의 쏠림도 줄었다. 실제로 구불구불한 2차선 도로를 시속 50~70㎞로 달리면서도 중앙선이나 반대쪽 차선을 넘어가지 않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시승을 마친 후 계기판을 보니 실연비는 리터당 10.9㎞가 찍혔다. 공인 복합연비(11.1㎞/ℓ)에는 다소 못 미쳤지만 거칠게 차를 몰아붙인 것을 고려하면 ‘적게 먹고도 잘 달리는 차’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제성도 우수했다.
다만 뒷좌석이 성인 남성이 앉기에는 다소 좁은 점, 수동형 사이드 브레이크와 터치 기능이 없는 네비게이션 등은 다소 아쉬웠다.
가격은 직접 시승한 그란쿠페 420i가 5,800만원, 디젤 엔진을 탑재한 420d와 435d는 각각 5,960만원, 8,450만원이다. 이밖에 2도어의 쿠페 모델은 5,800만~6,690만원, 컨버터블 모델은 7,730만원이다.
/부산=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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