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의 숨은 명소로 월정사가 있다. 당나라에서 돌아온 자장율사가 신라 선덕여왕 12년이던 643년에 문수보살을 친견한 곳에 터를 잡고 창건했다는 내용이 삼국유사에 전하는 곳이다. 월정사에 들어서면 국보 제48-1호 평창 월정사 팔각 구층석탑이 단아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는다. 탑 앞에는 공양하는 모습의 석조보살좌상이 마주 보며 앉아 있다. 사찰은 신라 시대부터 자리 잡았지만 탑은 고려 시대의 것으로 전한다. 8각 모양의 2단 기단 위에 9층 탑신을 올린 뒤, 머리장식을 얹어 마무리한 모습이다. 고려 시대 다각다층탑으로는 남한에 유일한 작품이라 1962년에 국보로 지정됐다. 전체적으로 상륜부가 높이 솟아 상승감을 강조하고 있으며 보통의 석탑은 위로 올라갈수록 급격히 줄어들지만 이 탑은 아래부터 꼭대기까지 거의 같은 높이와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1층 탑신의 4면에 작은 감실을 마련해 불상을 모시는 방을 꾸민 것도 이채롭다. 지붕돌의 여덟 곳 귀퉁이마다 8개씩 풍경을 매달아 총 80개의 풍경들이 달랑거린다. 눈으로 바라만 봐도 소리가 들릴 듯하고 그로 인해 경외감까지 느끼게 만든다. 전체적인 비례와 조각수법이 착실해 다각다층석탑을 대표할 만하며 청동으로 만들어진 풍경과 금동으로 만들어진 머리장식 등이 금속공예의 수법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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